오정현 목사, 베이징 내 삼자교회 목회자 대상 특강… 중국교회 갈 길 돕는다
입력 2010-11-19 20:06
한국 교회의 제자훈련이 ‘만리장성’을 넘어섰다.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둥청취(東城區) 둥단베이따제(東單北大街) 베이징시기독교양회 본부인 기독교삼자애국위원회와 기독교교무위원회 건물은 새로운 한·중 기독교 교류의 장으로 변했다. 이 건물은 1920년대 미국성공회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를 위해 지은 것으로 훗날 독립운동가 김성숙과 김산이 처음 만나 의기투합한 항일운동 근거지인 중화성경회(YMCA) 옛터이자 베이징고려기독교청년회 사무실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 위신리(于新粒) 부주석을 비롯해 40여명의 베이징 내 삼자교회(정부 공인교회) 목회자들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오정현(사랑의교회) 목사의 제자훈련 강연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위 부주석은 한국 목회자 최초로 오 목사에게 제자훈련 특강을 인도할 수 있도록 기독교양회의 빗장을 열어주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한 목회적 콘텐츠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이번 모임은 지난해 오 목사를 단장으로 한 한국기독교 대표단이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중국기독교 양회 및 국가종교사무국 등과 공동으로 한·중 기독교 교류회 및 기독교문화 포럼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현재 중국 교회가 당장 필요로 하는 목양방법론에 대한 한국의 경험을 제시하고 중국 목회자들이 현지 상황에 가장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자리였다.
오 목사는 특강에서 가난한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나 개척교회에서부터 초대형교회까지 두루 섬겨봤던 경험을 털어놓고 목회자라면 소명의식과 확고한 목회철학을 갖고 평생 그리스도의 복음을 흔들림 없이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태복음 28장 19∼20절 말씀에서 주님이 당부하신 ‘제자를 삼으라’는 것은 우리가 왜 가야 하는지, 왜 세례를 줘야 하는지, 왜 가르쳐야 하는지를 분명히 밝혀주는 주 동사(動詞)”라면서 제자훈련은 결코 프로그램이 아니라 목회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제자훈련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소명을 인식하고 소명자로서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적 가치를 통해 사회의 소외계층을 품으면서 건강한 사회와 민족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했다. 제자훈련이야말로 교회와 사회가 상승하는 최선의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오 목사는 “AD 1∼4세기 기독교가 기독론을, 종교개혁시대가 구원론을 완성했다면 21세기 기독교는 건강한 교회론을 정립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건강한 평신도를 세울 수 있는 건강한 목회 구조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역사가 깊어지고 규모 또한 커질수록 교회는 오히려 더 젊어지고 역동적이어야 한다”며 “목회자는 영성 지성 감성 육신 등 자신은 물론 교인들의 전인격적인 성숙을 이끌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80년 이후 출생한 베이징 내 27개 교회 목회자들은 오 목사의 강연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하이뎬(海淀)교회 왕신제(王新潔) 영어예배 담당 목사 등은 기성 교회에 어떻게 제자훈련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목회자는 어떻게 영성 관리를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질문했고 오 목사는 사례를 들어 소상히 답했다. 오 목사가 86년 한국 교회에 ‘평신도를 깨운다(Called to Awaken the Laity)’란 의미심장한 문구를 던지며 시작된 사랑의교회의 CAL세미나에 대해 설명하자 이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오 목사는 18일 저녁에는 베이징대학교에서 역사학과 교수 및 석·박사 학위과정생, 학부생 80여명에게 ‘한국사회 발전과 기독교의 역할’이라는 주제 강의를 통해 “기독교는 더 이상 서구의 종교도, 제국주의의 이용물도 아니다”며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기독교를 수용하면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더욱 흥왕해 진정한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 그는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공평 효율 정의 법치라는 ‘화해사회’ 건설에도 기독교적 가치가 적용되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진단하고 “사랑의교회는 제자훈련의 목회 콘텐츠를 중국 교회에 제공, 기독교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베이징=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