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극장가에 흐르는 선율… 영화를 들어보세요
입력 2010-11-19 17:22
늦가을·초겨울의 극장가를 찾는 관객이라면 세 편의 음악 영화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 듯 싶다. 지난달 ‘돈 조반니’와 ‘바흐 이전의 침묵’이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은 데 이어, ‘더 콘서트’와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보이’, ‘레인보우’ 등이 잇따라 개봉했거나 개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25일 개봉을 앞둔 ‘더 콘서트’의 주인공 안드레이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지만 30년 전에는 볼쇼이 교향악단의 촉망받는 젊은 지휘자였다. 유대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지휘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세월만 보내고 있던 안드레이. 우연히 파리에서 온 초청 팩스 한 장을 받아들고 흩어진 옛 유대인 단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하지만 생활에 지친 옛 동료들은 아무리 불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음악에의 열정과 동료애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라두 미하일레아누가 메가폰을 잡았다.
존 레논 사망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음악 영화 ‘존 레논 비긴즈-노웨어보이’ 역시 비틀즈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을 영화다. ‘킥 애스’의 아론 존슨이 존 레논 역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리버풀의 가난한 소년이었던 존 레논의 어린 시절과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을 접한 후 음악 세계에 빠져든 청춘의 모습, 폴 매카트니와 함께 전설을 만들어가는 일대기까지를 담았다. 다음달 9일 개봉한다. ‘노웨어보이(nowhere boy-갈 곳 없는 아이)’라는 이름은 비틀즈의 명곡 ‘노웨어맨’에서 따왔다.
신수원 감독 작품 ‘레인보우’는 18일 개봉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엄마와 뮤지션을 꿈꾸는 아들의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로, 밴드 에브리싱글데이의 보컬 겸 베이시스트 문성남이 음악감독을 맡은 OST는 배우와 시나리오 못지 않은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매일 똑같이 되풀이되는 일상의 지리함에 허덕이던 서른아홉 지완이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쓴다는 내용. 하지만 데뷔의 길은 멀기만 하고, 열다섯 살 아들은 음악을 하겠다고 나댄다.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마이너리티 인생의 향연이다.
연말을 맞아 블록버스터급 화제작들이 앞 다투어 개봉하기 전, 작은 음악영화들을 챙겨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듯싶다. 영화에 소품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음악의 매력은, 아직 가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생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