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 ‘부패 척결’ 팔 걷었다…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경험담 수천건 올리며 관심 폭발
입력 2010-11-18 22:27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영연방체육대회(Commonwealth Games) 당시 최대 화제는 금메달리스트들이 아니라 선수촌 화장실 휴지 납품계약에 얽힌 뇌물과 가격 부풀리기 사건이었다. 출생신고부터 수조원 규모의 국책사업까지 지난 수십년간 매일같이 부정과 부패가 반복돼온 인도에서 마침내 부패척결 운동이 시작됐다고 AF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인도 남부 방갈로르 지역의 시민단체 ‘자나그라아’는 지난 8월 ‘난 뇌물을 바쳤다’는 의미인 ‘아이패이드어브라이브닷컴(IPAB.com)’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부정부패를 경험한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분을 풀어내는 곳이었다. 4개월간 약 2000건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3500루피(약 8만7000원)를 줬다는 한 젊은 여성은 “뇌물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도 화가 나지만 내가 응했다는 게 끔찍하다”며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게 두렵고 싫다”고 썼다. 국세청 소득세 담당자에게 3만 루피를 내든지 한번 당해보든지 선택하라는 협박을 받은 사람, 술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29만 루피를 바친 식당 주인도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공공병원 의사가 심장수술 대가로 1만 루피를 은밀히 요청했다는 경험담도 있었다.
교통당국 관계자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부끄러운 현실이긴 하지만 뇌물을 바치는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 나라 공공서비스는 너무나 느리고 시스템은 낡아서 전체 구조가 날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당국은 IPAB.com에 올라온 경험담을 근거로 운전면허 발급 담당자들을 처벌했고, 이 사이트를 관리하는 전직 공무원 라그후난단은 뇌물 없이 관료들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온라인에 제공했다.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자나그라아는 뇌물상담센터 운영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 정부도 인터넷 고충처리 사이트를 개설할 움직임이다.
자나그라아 공동설립자 라메시 라마나단은 “부정부패를 몰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그동안 민주주의의 구경꾼에 머물렀던 시민들이 스스로 일상을 바꿔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