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 배경·반응… 美 양적완화 피한 ‘해외자본 쓰나미’ 차단 조치
입력 2010-11-18 22:03
정부가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에 부여했던 비과세 혜택을 거둬들인 배경에는 세계경제의 ‘유동성 쓰나미’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와 달러 풀기(양적완화)를 피해 글로벌 투자금이 우리나라 등 신흥국으로 몰려들고 있어서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신흥국의 자본 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도 이번 조치에 한몫했다.
◇정부, 외국인 채권투자가 두려워진 이유=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반가운 손님이었다.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면세 혜택도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안됐다. 1997년 외화자금 부족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정부로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5월 21일부터 외국인이 국채나 통화안정채권에 투자할 경우 이자소득에 붙는 법인세와 소득세 원천징수를 면제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외국인 투자금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 등 선진국 진영의 경기 취약성이 높아진 데 이어 환율갈등이 고조되면서 해외자본의 빠른 이동으로 신흥국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부터였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도 18일 “외국인의 채권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외화 유출입 확대로 이어져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경기회복력이 두드러지고, 원화가치 상승과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할 경우 경기회복에 따른 수익과 환차익까지 거둘 수 있다. 게다가 면세 혜택까지 부여되자 2008년 5000억원 수준에 머물던 외국인 채권투자금은 지난해 18조5000억원에서 올 들어 10월 현재 21조1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폭증했다.
◇채권시장, “예견된 조치”…쇼크 없을 듯=이날 채권시장은 오후 들어 자본 유출입 관련 규제 발표설이 나돌면서 크게 요동쳤다. 그러나 지난달 진동수 금융위원장의 검토 발언 이후 꾸준히 제기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에 다른 추가 대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크게 떨어졌던 채권값이 오히려 전날보다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하루 동안 6000계약가량의 국채선물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국채 현물시장에선 외국인 투자금 2024억원이 추가로 들어오기도 했다. 과세 전환에 대응한 ‘팔자’ 움직임도 있지만 우리 국채를 사들여 차익을 남기려는 외국인 수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정작 채권시장을 긴장시킨 건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추가조치 카드였다. 조만간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와 은행의 비예금성 부채에 매기게 될 부과금 도입 등이 예고되고 있어서다. 임 차관도 “광범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기를 연내라고 확정할 수 없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 파트장은 “앞으로 외화 관련 자본시장 규제를 빠르게 내놓는다면 충격이 있겠지만 추가 규제도 단기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김찬희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