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정주영 명예회장 묘소 찾은 현정은 회장 “어렵게 되찾은 현대건설 한국 대표기업 키우겠다”

입력 2010-11-18 22:30

“위에 계신 두 분도 많이 기뻐하셨을 겁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승리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8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이틀 만에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묘소를 방문한 것이다.

현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이 첫 삽을 뜨고 정몽헌 회장님의 손때가 묻은 현대건설을 이제야 되찾았다”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어렵게 되찾은 현대건설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 5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글로벌 ‘톱 5’로 성장할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산업 분야와 차세대 기술을 확보, 현대건설이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또 현대건설 인수 후 계열사나 자산 매각 소문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5조5100억원에 달하는 현대건설 인수자금 문제를 둘러싼 일각의 우려도 일축했다. 현 회장은 인수자금 조달방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을 충분히 접촉했다”며 “그 부분은 염려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인수로 그룹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단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다시 체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대상선의 실적이 이미 좋아져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룹 주력계열사 현대상선은 지난 3분기 29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날은 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12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계열사 현대아산이 주도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2년여째 중단된 상태다.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질문에 “정부 차원의 사안”이라면서도 “다만 너무 오랫동안 서로 대치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대화가 오갈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개할 타이밍이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지난해 11주년 때는 묘소에 가지 않고 임직원 20여명과 금강산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그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몽헌 회장과 함께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던 점을 감안할 때 현 회장이 두 사람의 묘소를 찾은 것은 대북사업 재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그는 인수전 경쟁 상대였던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복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잘 지낼 것”이라며 “정몽구 회장님을 존경하며 집안의 정통성은 그분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