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한銀 200억 이상 차명거래 확인

입력 2010-11-18 21:40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명의 계좌를 통해 197건, 204억5200만원에 달하는 차명거래를 해온 것으로 금융당국 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수년간 대리인을 통해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등 신한은행의 위법행위에 상당부분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18일 “라 전 회장이 본인 예금을 제3자에게 관리하도록 지시하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라 전 회장에 대한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라 전 회장은 1998년 8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실명거래 확인에 필요한 증표 없이 개인자금을 대리인이 관리토록 했다. 또 신한은행은 라 전 회장이 행장으로 재직했던 99년 5월 17일부터 재일교포 4명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해 왔다. 신한은행은 2007년 3월까지 이들 계좌를 통해 모두 197건의 차명 거래를 해 왔으며 금액은 모두 204억5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은 재일교포의 여권 사본을 실명확인증표로 사용, 마치 예금주가 창구에 방문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신한은행의 차명계좌 실체와 거래내역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신한은행의 차명계좌가 1000여개에 달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조사와 금융감독원의 정기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로 차명계좌가 발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라 전 회장의 신한금융 등기이사직 사퇴 여론이 다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회장직은 사퇴했지만 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현행 감독규정상 직무정지 징계만으로는 등기이사직을 제한하지 않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수장이 장기간 위법행위를 해온 점은 묵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금융권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이 장기간 신한은행의 차명 거래에 깊이 개입하면서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훼손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와 후계구도가 완성되면 라 전 회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함에 따라 라 전 회장은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일할 수 없게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를, 차명거래에 연관된 은행직원 25명도 주의부터 정직 1개월 등의 제재를 받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