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韓·中 얼짱 맞짱… 아쉽다, 차유람

입력 2010-11-18 18:14


수많은 관중과 취재진이 몰려왔다. 경기 시간도 다른 시합의 두 배나 걸렸다. 승부도 마지막 세트에서 갈렸다. 한·중 당구 얼짱 대결은 이렇듯 치열하게 이뤄졌다.

18일 오후 2시(한국시간) 광저우 아시안게임타운 체육관에서 열린 포켓9볼 8강에는 한국의 ‘당구 얼짱’ 차유람(23·인천당구연맹)과 중국의 미녀 당구 선수 판샤오팅(28)이 격돌했다.

판샤오팅이 경기장에 먼저 모습을 드러내자 이 선수가 바로 중국의 당구 얼짱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중국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요란하게 터졌다. 뒤이어 차유람이 등장했다.

두 선수 모두 긴장한 얼굴이었다. 두 선수는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접전의 연속이었다. 포켓9볼은 1번부터 9번까지의 목적구를 번호순으로 포켓에 넣은 뒤 마지막 9볼을 포켓에 집어넣으면 한 세트를 이기는 게임이다. 7세트를 먼저 챙기는 선수가 승리하게 된다.

1세트부터 두 선수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차유람이 먼저 브레이크샷을 한 후 다음 공을 치기 어렵자 푸시(타순을 양보하는 것)를 했으며, 이에 판샤오팅은 이를 거부했다. 서로 경기를 하다가 약간이라도 공을 포켓에 넣기 어려우면 바로 수구를 다른 공에 숨겨 견제하는 장면도 곳곳에서 나왔다.

초반은 차유람에게 불운의 연속이었다. 공이 키스가 나서 치기 어려운 곳으로 연속으로 들어가고, 목적구를 때리지 못해 프리볼(상대가 치기 쉽도록 공을 옮겨놓는 것)이 선언되기도 하면서 0-2로 끌려다녔다. 하지만 차유람은 3세트부터 힘을 내며 내리 4세트를 따내 4-2로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 내내 무표정한 판샤오팅도 경기가 뒤집힌 5세트부터 인상을 찡그리기 시작했고, 긴장한 모습의 차유람도 6세트에서 상대가 실수하자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판샤오팅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판샤오팅은 7, 8세트를 연속으로 따내 4-4로 또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가 종반에 접어들면서 차유람이 9, 10세트를 따내며 6-4로 다시 앞서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차유람은 판샤오팅에 11, 12, 13세트를 내리 뺏기며 세트스코어 6대 7로 역전패의 쓴잔을 마셨다.

차유람과 판샤오팅의 경기는 상대에 대한 견제로 보통 경기 시간인 1시간보다 두 배나 넘는 2시간27분이나 걸렸다. 그만큼 한·중 당구 얼짱의 대결은 치열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