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직면한 ‘마이크로크레디트’… 인도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되나

입력 2010-11-18 18:01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스캔들이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MFI)의 연체금 상환 독촉 행위를 금지하자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갚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 보도했다. 다른 주에서도 이 같은 규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 자체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NYT는 “인도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민에게 적은 금액을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인도에서 급성장해 온 금융 산업이다. 최대 MFI인 SKS의 순이익은 최근 3∼4년간 매년 100% 가까이 늘었다. 은행들도 앞 다퉈 MFI를 설립하고 빈민에게 마구 대출을 해줬다. 은행이 MFI에 지원한 금액은 약 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자영업자협회 대표 엘라 바트씨는 “MFI는 빈민의 자립보다는 자기네 덩치를 키우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면서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이미 궤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여성 농민인 두르가마 다푸는 200달러의 빚이 2000달러로 늘어나 결국 그의 친척들까지 농지를 몰수당했다. 농업개발국은 지난달 조사 결과 다푸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자살한 사례가 45일간 30건이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급기야 마이크로크레디트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안드라프라데시주 정부가 MFI의 추심 행위를 금지해버린 것이다.

MFI의 추심이 금지되면서 은행까지 흔들리고 있다. 악시스 은행의 수난드 미트라 부행장은 지난 16일 열린 인도 경제회의에서 “마이크로크레디트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세계은행(WB)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가들도 거액을 쏟아 부으며 급속히 영리화하고 있다. NYT는 “인도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위기가 지구촌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