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코스키, 알래스카 상원의원 ‘극적’ 당선

입력 2010-11-18 18:02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리사 머코스키(53·여)가 지난 2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이후 2주 만에 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 당선 확정을 알리는 자리에서 밝힌 소감이다. 머코스키는 공화당 당적을 유지하겠지만 당의 원칙보다는 알래스카인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머코스키는 조 밀러 후보를 1만표 차 이상 따돌리며 승리를 확정했다고 AP통신 등이 18일 보도했다. 무효표 논란이 일고 있는 8153표보다 많은 것이다.

머코스키는 알래스카주 연방 상원의원에 기명투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기명투표(write-in ballot)는 유권자가 정당 및 무소속 출마자 외에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의 이름을 투표용지의 여백에 직접 써넣는 제도다. 195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스트롬 서몬드 후보가 기명투표 후보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뒤 56년 만이다.

당선 과정도 극적이었다. 머코스키 의원은 8월 말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Tea Party)’의 지지를 받는 변호사 출신 밀러에게 1.85% 포인트 차로 아깝게 패했다. 머코스키는 공화당 당적은 유지한 채 기명투표라는 선거방식을 들고 나왔다. 문제는 오탈자였다. 주(州) 선거규정에 따르면 기명투표의 유효표는 후보의 성(姓)이나 이름이 등록 서류에 기재된 것과 동일해야 한다.

언론은 2000년 대선 개표 때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플로리다에서 투표용지에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은 표들을 놓고 연방대법원까지 갔던 것과 비슷한 일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밀러 측은 이름 이외의 단어가 들어간 것을 포함해 8000표 정도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종 개표 결과 1만표나 앞서 논란은 끝났다.

AP는 이번 선거 결과가 차기 대권주자인 세라 페일린에게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2006년 선거에선 주지사였던 머코스키의 아버지 프랭크 머코스키가 페일린에게 패했다. 페일린은 후보 경선에서 밀러를 지지했고, 머코스키 집안과는 오랫동안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