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가 리강이야” 권력층 2세 ‘안하무인’… 中 네티즌 ‘조롱’ 빗발

입력 2010-11-18 18:01


“우리 아버지가 리강(李剛)이야!”

지난달 16일 오후 9시40분쯤. 중국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시 허베이대학 캠퍼스 내에서 음주운전으로 2명의 여학생을 친 뒤 리치밍(李啓明·22)은 경비원과 학생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앞서 리치밍은 술에 취해 검은색 폭스바겐 고급 세단을 몰고 대학 캠퍼스로 들어갔다. 자신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들은 그가 교내에서 시속 80∼100㎞로 과속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거친 운전으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던 공상학원 1학년 여학생 2명을 치었다. 여학생 1명은 공중으로 튕겨나간 뒤 땅바닥에 떨어졌고, 다른 1명은 그 자리에서 다리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리치밍은 그러나 차를 멈추지 않은 채 계속 운전해 도망가려고 했다. 경비원과 다른 학생들이 대학 문을 폐쇄하고 경찰에 신고한 뒤 그의 차를 가로막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한마디 변명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차를 한참 살펴본 뒤 “누가 내 차를 이렇게 긁어 놓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신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버지는 리강이다. 재주 있으면 한번 고소해 봐라”고 큰소리 쳤다.

리치밍은 출동한 경찰에 넘겨졌고, 채혈 측정 결과 음주운전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그의 아버지는 바오딩시 공안국 베이스(北市)분국 부국장으로 드러났다.

목격자들은 “피해 학생들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바닥이 온통 피바다가 됐다”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피해 학생 중 가난한 농민의 딸로 밝혀진 천샤오펑(陳曉鳳·20)은 이튿날 숨졌다.

뒤늦게 이 사건이 알려지자 인터넷 누리꾼들은 물론 일반 서민들까지도 공분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등 인터넷에서는 ‘우리 아버지는 리강’이란 조롱 섞인 유행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리강은 국영 CCTV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사과했지만 분위기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일부 인터넷에서는 ‘우리 아버지는 리강이다’로 글짓기 대회까지 열리고 이를 희화화한 노래까지 등장했다. 이 사건은 일부 지방의 내년도 공무원 시험문제로까지 출제되기도 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18일 “중국의 씁쓸한 조크, 우리 아버지가 리강이야”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권력층의 권력 오남용 실태를 꼬집으며, 이에 대한 중국 서민들의 분노를 자세히 전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