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박태환 다관왕 비밀은 ‘돌핀킥’
입력 2010-11-18 17:54
17일 자유형 100m 결승.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은 50m 턴하기 전 5위로 처졌다. 그러나 50m 구간을 돌자마자 순위는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박태환은 폭발적인 ‘돌핀킥’으로 앞서가던 3명의 선수를 일거에 따라잡고 2위로 올라섰다. 결국 결승선을 20m 정도 남기고 1위로 나섰고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마린보이의 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아시아 수영사를 새로 쓰고 있는 박태환의 ‘금빛 물살’ 비밀은 바로 돌핀킥(Dolphin Kick)에 있다. 돌핀킥은 머리와 팔을 물 밖으로 내놓지 않고 수면 아래에서 돌고래처럼 양발을 모은 뒤 허리와 다리 힘만으로 헤엄치는 기술을 말한다. 스타트와 턴 동작 때 이용하는 돌핀킥은 승부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요소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탁월한 출발반응 속도와 폭발적인 스피드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400m 금메달, 200m 은메달의 쾌거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턴 동작에 이은 돌핀킥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단점은 마이클 볼 외국인 전담 코치를 만나면서 집중적으로 보완됐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때는 돌핀킥을 1∼2회밖에 차지 못했다. 잠영 거리도 5m에 불과했다.
올 1월부터 이어진 호주와 괌 전지훈련을 통해 박태환은 볼 코치와 함께 턴 동작을 보완하고 킥 횟수를 늘리는 등 기술적인 부문을 보강했다. 그 결과 킥 횟수는 3∼4개 정도로 늘어났고 잠영 거리도 7.5m 정도로 길어졌다. 아킬레스건을 보완한 박태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향상된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자유형 400m와 200m에서는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으로, 자유형 100m에서는 한국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에 비하면 돌핀킥이 현저히 떨어진다. 베이징올림픽 8관왕에 빛나는 펠프스는 킥을 8회 정도 차고, 잠영 거리도 최대 13m에 달할 정도로 괴력의 돌핀킥을 자랑한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제한한 잠영 거리 15m에 불과 2m 모자랄 뿐이다.
박태환이 아시아를 넘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제패하기 위해서는 돌핀킥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 볼 코치도 “박태환은 세계 최고지만 턴 기술과 돌핀킥은 더 발전해야 한다”며 “잠영 제한거리 15m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