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배우로 나선다 “사회 부조리 연극으로 고발”

입력 2010-11-18 19:11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오세철(68·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연극배우로 무대에 선다.



오 교수는 다음 달 11일 시작되는 연극 ‘반도체 소녀’에서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해 가르침을 주는 대학원 교수 역을 맡는다. 그는 “강의실에서 하던 이야기를 무대로 옮겨왔다고 생각하고 연습 중”이라면서 “관객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연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소녀’는 반도체 공장 여성 근로자의 백혈병 사망 논란, 자동차 하도급업체의 현실, 학습지 교사 부당해고 등을 끄집어내는 연극이다.

“평소에 하던 얘기를 무대에서 다시 하는 거죠.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루는 연극입니다. 유럽에서는 사회주의 연극 운동이 활발한 편인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얘기해보자는 연극이니까 단체 관람이 많을 것 같아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몇명은 오지 않겠어요?(웃음)”

오 교수의 어머니인 박노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일제시대부터 해방 후까지 진보적 연극운동을 펼쳤다. 누나인 오혜령(70) 작가도 1990년 한국희곡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오 교수는 “나도 강단에 안 섰으면 그쪽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련)을 세우고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오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다음 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연극이 한창 공연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는 “만약 법정 구속이 된다면 다른 배우가 대신 맡을 것”이라며 “어쨌든 연극은 계속될 것이고, 오히려 감기 때문에 목소리가 안 나올까 걱정”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