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정윤희] 효정씨에게 희망과 기적을
입력 2010-11-18 17:42
버스폭발 사고로 양 발목이 절단된 이효정씨의 100일간의 투병 소식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하나님께 머리를 조아렸다. 건강한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고 기도했고, 그녀가 절망을 딛고 일어나 걸을 수 있는 기쁜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끔찍한 버스폭발 사고가 벌써 3개월이 지났다니, 사람이 망각하는 시간은 참 덧없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출근하기 위해 버스에 탄 지 1분 만에 날벼락 같은 사고를 당한 그녀에게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 한창 멋도 부리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은 이십대 청춘이 불의의 사고로 걷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옥 그 자체였으리라. 뉴스를 들어보니 뼈와 살을 이식하는 두 차례의 큰 수술을 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기도와 응원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지난달 말 세 번째 수술을 했는데, 근육과 혈관이 성공적으로 연결돼 발가락이 움직이는 기적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앞으로 재활치료를 잘 하면 걸을 수 있다니 하늘이 도운 기적 같은 일이다.
갓난아기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줄곧 목발에 의지했던 고 장영희 교수는 장애인이라는 열등의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히려 밝고 경쾌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요즘 나의 침변서(枕邊書) 중 하나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인데, 거친 삶에 부대껴 끙끙 앓거나 절망에 부딪혀 낙담할 때 큰 힘이 되는 책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적을 원한다. 암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더 크고, 확률에 위배되는 것은 기적이기 때문이다. 나의 독자들과 삶의 기적을 나누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 책은 장영희 교수가 2001년 미국 보스턴에서 안식년을 지내면서 경험한 것들, 척추암 투병 중에 쉬었다가 일상생활로 복귀하면서 연재를 재개했을 때, 다시 연구년을 맞았으나 암이 간으로 전이되어 미국행을 포기하고 한국에 머물게 되었을 때 등 생의 마지막 9년간의 여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해 엄마와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졌던 효정씨. 사고가 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극심한 통증을 진통제로 달래며 밤새 눈물로 채운다고 한다. 장영희 교수가 책 속에서 “희망은 분명 운명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하다”고 간증했듯이 효정씨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희망의 힘을 믿고 살아갈 기적을 믿기를.
“나는 대답했다. 아니, 비참하지 않다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갑자기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질 수도 있고 소녀 머리 위로 지나가던 헬리콥터가 소녀를 구해 줄 수도 있다고.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정윤희(출판저널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