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상 시상식 참석 왜 중국 눈치 보나
입력 2010-11-18 17:40
중국이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한국 정부 사절이 참석하지 말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주재 중국 대사관이 12월 10일 열릴 예정인 시상식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노르웨이 주재 각국 외교사절에 보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상식 참석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류샤오보의 수상이 결정되자 “류샤오보를 지원하는 국가에는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경사도 중국에게는 불행인가.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남용해 지구촌 평화 노력의 상징인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 류샤오보는 물론이고 가족의 대리 수상까지 막으려고 부인을 가택에 가두었고, 주변 사람들의 출국을 금지했다. 노벨평화상 109년 역사에서 수상자가 참석하지 못한 경우는 있었지만 대리 수상마저 이뤄지지 않은 적은 없다. 중국은 노벨상 전통과 인류의 평화 소망에 먹물을 뿌리려는가. 중국이 국제 규범에 맞추어 행동하는 날은 언제가 될까.
한국 정부가 노벨위원회의 참석 여부 통고 시한인 15일을 넘기고서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로서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부터 한심하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은 중국 요구에 개의치 않고 참석하기로 했다. 영토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일본도 마찬가지다. 참석을 주저하는 듯한 나라는 중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다. 한국이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가조차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대서야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 받기는 어렵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국의 국력이 커지고 한국의 경제의존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중국에 묵종(默從)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모욕함으로써 남들도 따라서 업신여기게 되는 법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일관성이다. 노벨상이라는 세계 표준을 따르는 일조차 간섭을 받는다면 중국이 한국을 얼마나 얕볼 것인가. 정부는 머뭇거릴 것 없이 시상식 참석을 통보하고 격을 높여 특별사절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