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이없는 軍 사고 마냥 방치할 건가

입력 2010-11-18 17:35

고속정 침몰, 정찰기 추락, 장갑차 추돌, 총기 사망, 단정(소형 선박) 전복. 최근 8일 동안 육·해·공군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불상사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사건·사고 때문에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정규군이 아니라 민병대 같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지난 10일 제주항 서북방 8.7㎞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어선과 충돌한 뒤 침몰해 승조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선박을 식별할 수 있는 레이더와 관측병이 제 역할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이틀 뒤인 12일 전북 임실군에서 저고도 비행 훈련을 하던 공군 RF-4C 정찰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숨졌다.

고속정 침몰과 정찰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자 김황식 국무총리는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국방부에 지시했지만 사상자가 생긴 사건·사고가 잇따라 김 총리의 지시를 무색하게 했다. 16일 강원도 홍천군에서 전술기동훈련을 하던 장갑차가 뒤따라오던 장갑차에 들이받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병사 2명이 크게 다쳤고, 경기도 연천군 군부대 화장실에서 병사 1명이 가슴에 총탄 3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급기야 17일에는 단정이 뒤집히는 사고까지 터졌다.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에서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 단정이 전복돼 탑승자 8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탑승자 모두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3명이나 사망한 것이다. 사고 수역의 유속이 빠르고 소용돌이까지 친다고 하지만 무늬만 구명조끼인지 의문이 갈 정도다.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도하훈련을 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사고원인을 밝혀내야 한다.

포신이 터진 전차, 물에 가라앉는 수륙양용 장갑차, 물이 새는 신형 전투화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다 줄줄이 사건·사고까지 터지는 군에 사랑하는 자식을 보낼 수 있겠느냐는 장탄식까지 나올 정도다. 국방부와 각 군은 사건·사고를 예방하고,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