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여, 생명의 자원을 순환시켜라

입력 2010-11-18 17:23


[미션라이프] 서울 봉천6동 광동교회. 붉은 벽돌의 이 아담한 교회는 자원 재활용에 대한 아이디어 창고다. 흙이 깔린 교회 앞마당에 들어서면 오른 쪽 담장 밑으로 작은 연못이 보인다. 수초가 있고 금붕어도 사는 이 연못은 빗물을 모아 만든 것이다. 교회 본당 1층 지붕과 건너편 교육관 건물 옥상에는 큼직한 집수통이 놓여 있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배수관과 호스 장치를 통해 이들 물통에 저장된다. 교회 지하실에는 대형 배수펌프가 있어서 용출 지하수를 건물 위 물통으로 끌어올린다. 이렇게 모아진 물은 연못에 공급되고 마당의 은행나무, 감나무 등에 뿌려지고 화단을 가꾸는 데도 쓰인다.

교육관 옥상에는 2007년 8월 설치된 3㎾h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있다. 생산한 전력 중 쓰고 남은 것은 한국전력으로 보내진다. 이 때 전기 계량기는 거꾸로 돌아간다. 마당 한 쪽에는 폐식용유 수거함도 자리 잡았다. 주민들이 버리는 식용유를 모아 조만간 재생비누를 만들 계획이다. 담임목사 집무실의 책상, 책꽂이, 소파, 오디오 세트 등도 대부분 재활용품이라고 한다. 10년 전 부임한 방영철 목사와 성도들의 꾸준한 노력은 광동교회를 소박한 자연 순환 구조물로 변화시켰다.

방 목사는 교회를 소개하며 “전혀 거창한 것이 없다. 관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환경 위기의 시대에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예수님의 큰 계명을 가장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길이 바로 환경 보전”이라고 강조했다.

자원 재활용을 생활화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자원 재활용이란 버려지는 자원을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 고갈을 막는 일이다.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신 하나님의 피조물, 자연 환경을 일상에서부터 보호, 보전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최근 방문한 서울 독산동 새터교회(사진)는 ‘되살림 운동’ 보급에 열심이다. 낡은 옷, 자투리 천, 폐비닐, 현수막 등 생활 쓰레기를 가져다 실내화, 장바구니, 인형, 손지갑 등 쓸모 있는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으로 2002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망가진 우산을 모아 미술작업용 앞치마와 토시를 만든 뒤 동네 어린이집 20곳에 보급하기도 했다.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등과 연계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되살림 강좌도 진행하고 있고, 주민들이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팔고 살 수 있도록 ‘우리 동네 주민 벼룩시장’도 운영한다. 안지성 새터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만드신 것 중 어느 하나 버려져도 되는 무가치한 것은 없다는 정신을 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감리교회(신석현 목사)는 10년 째 초록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 분야 대표 주자다. 교회 예배실 안에 옷걸이를 세워 놓고, 성도들 간 안 입는 옷을 교환토록 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인근 주민들도 동참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길거리에 옷걸이를 내놓았고,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교회 앞 공터에 컨테이너 박스를 놓고 토요일마다 가게를 열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인근 건물 1층에 상설 매장을 열어 재활용 의류와 생활용품부터 유용미생물(EM) 등 친환경 상품, 유기농 농산물 등도 판매한다. 현재 동녘교회 영등포교회 좋은만남교회 청파교회 부천제일교회 은빛교회 등 전국의 여러 교회들이 이와 비슷한 형식의 초록가게를 운영하는 중이다.

서울 당산동 성문밖교회(고성기 목사)는 교회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3년 간 지렁이 키우기에 도전했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 먹이로 제공한 뒤 배설물은 퇴비로 쓰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큰 성과는 내지 못했는데, 이 교회는 대신 화단에 구덩이를 파고 음식물 쓰레기를 묻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부식시킨 흙과 부엽토를 섞어 교회 옥상에 텃밭을 만들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 사직동 수도교회(정현진 목사) 등 몇몇 교회는 전화기 전자수첩 MP3플레이어 헤어드라이기 등 소형가전 재활용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회 환경운동을 이끌어 온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지난해부터 교회주보 재생지 사용 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30∼40개 교회의 동참을 이끌어 냈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재생지 보급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전체를 봤을 때 자원 재활용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교단 차원이나 큰 교회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던 여러 교회들이 시행착오를 겪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기독교환경연대 유미호 실장은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활동만을 추구하기보다 주변의 작은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며 “초록가게, 되살림 운동, 소형가전 재활용 같이 쉽고 재밌는 일부터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광동교회 방 목사는 “여전히 많은 교회가 환경과 선교를 별개라 여기고 있지만 환경 문제는 결국 신앙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목회자와 성도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