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 국민일보 질문에 친필 답신… “군사독재 경험한 한국, 버마 민주화 도움 주길”

입력 2010-11-19 00:09


17일 오후 1시34분 미얀마로부터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최고위원회 멤버 우 윈 테인의 딸. 첨부된 파일은 전날 양곤 NLD 당사에서 건넨 내 질문지였다. 타이핑한 영문 밑에 손으로 급히 쓴 8줄의 답변이 추가돼 있었다. 그 밑에는 또 다른 필체의 메시지가 있었다. “친애하는 영미 리, 위의 글은 그녀의 친필입니다. 나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윈 테인.”

‘그녀’란 아웅산 수치 여사를 뜻했다. 수치 여사와의 인터뷰를 위해 3일째 당사로 찾아간 기자가 출국을 3시간 앞두고 건넨 질문지에 답을 해준 것이다.

“국제적 지지는 잘만 조직된다면 가장 효과적인 지원수단입니다. 한국인들은 군사독재를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버마 민주화 운동에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수치는 군부독재 정권이 바꾼 새 국호 ‘미얀마’ 대신 옛 이름 ‘버마’를 썼다.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비슷한 역사를 들어 도움을 청했다.

4박6일간의 미얀마 취재는 걱정으로 시작해 뜻밖의 수확으로 끝이 났다. 민감한 시기여서 취재비자를 받는 건 불가능했다. 관광객을 위장하는 수밖에 없었다. 노트북과 명함 대신 꽃무늬 셔츠와 미얀마 관광 가이드, 디지털 카메라 한 대를 챙겼다. 그곳에 한국 기자는 없었다. 혈혈단신 용감하게 온 잡지사 통신원 한 명이 전부였다. 세계의 비참에 눈을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