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의 이건 뭐야?] 땅밟기

입력 2010-11-18 18:05


지면에서도 몇 번 밝힌 적이 있으나 우리 아버지는 목사님이다. 그것도 대학원까지 총신대 출신이니 나름대로 성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아버지는 가엾게도 뭔가 기독교인들이 마음에 안 드는 일을 했을 때 늘 딸의 질문 보따리에 시달리는 운명에 처해 있다.

목사 딸이라고 해서 나는 그리 선량하지도 못하건만 너무나도 선량한 목사의 딸로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희한한 점은, “저 교회 다녀요”라고 할 때 돌아오는 반응의 차이다. 적어도 10년 전까지는 저 교회 다녀요,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다면 네가 착하겠구나, 같은 어떤 믿음이었다. 그러나 요즘 저 교회 다녀요,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다면 너 부자겠구나, 이런 것이다.

아버지가 20년도 넘게 믿음 있는 사람들로 정권이 교체되기를 기도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기도가 실현된 지금 “교회 다니세요”가 “부자 되세요”처럼 취급되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도의 부를 축적하지 못한 가난한 목사의 딸인 나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봉은사에서 믿음의 형제들이 ‘땅밟기’를 했다고 한다. 봉은사에 가서 주님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이슬람 국가에 가서 찬양을 하거나 하는 것은 쉽다. 정녕 우리에게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주님이 말씀하셨듯 두 벌 옷도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자신들을 믿음의 형제로 부를 수 없을 만큼 부끄러워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알기나 할까.

그리스도가 살아 계실 때 가장 힘든 일은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나의 구세주이십니다, 라는 말은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승만 김영삼에 이은 세 번째 장로 대통령 사회에서 그런 말을 한다 해서 누구도 우리를 치지 않는다. 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주기철 목사님과 손양원 목사님이 순교해야만 했던 시대는 갔다.

오히려 우리가 해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는 것만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부자겠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잘 먹고 잘 살겠군요, 하는 취급에 의아함을 느끼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아왔기에 두 벌 옷도 갖지 않고 그를 따르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졌나.

그나저나 주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적어도 봉은사에 들어가 땅밟기를 한다면서 그걸 핸드폰으로 찍어서 싸이월드에 올린다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주님은 우리 생각보다 쿨한 분이다. 야 먹을 거 입을 거 걱정하지 마라, 그런 건 우리가 걱정하는 거 아니야. 저기 나는 새 봐라, 옷 사입디? 이런 분 아니었던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