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취임 후 서울에 사무국 연 이문숙 목사
입력 2010-11-17 18:31
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ACWC) 사무국이 17일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 차려졌다. 한국인 이문숙(56·사진) 목사가 총무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20여 아시아 국가 교회 여성들의 연합체인 ACWC 총무로서 막 업무를 시작하는 이 목사를 만나봤다.
이 목사는 인터뷰 중에 “아이러니하죠”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 중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힘을 실어 강조한 말일수록 다음 순간 “이런 얘기는 참 진부하네요”라고 한 것이다. 20년 가까이 교회 내 여성 문제를 발굴하고 개진하고 촉구해도 여간해서는 변하지 않는, “또 그 얘기야”라는 말만 돌려줘 온 한국 교회 현실이 그 안에 녹아 있었다.
이 목사는 먼저 지난달 15∼20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14차 ACWC 총회 경험을 전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 교회에 대한 참가자들의 관심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면서 “특히 빠른 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다만 교회 내 여성 참여도와 지위의 측면에서는 한국이 뒤떨어진 편이라고 했다.
“동남아 국가들에서 여성 인권 문제는 심각하죠. 인도의 지참금 문제, 가족 내 폭력, 이주 노동 문제 등등. 그러나 교회 내 여성들의 입지는 한국보다 오히려 나은 편이에요.”
그 이유를 그는 “작은 조직은 공동체성이 살아 있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권위적이 되고 약자를 소외시킨다”는 말로 설명했다. 한국 교회가 빠른 성장 속에서 공동체성을 잃어 왔다는 지적이다.
이 목사는 1996∼2001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부 부장으로, 다시 지난해까지 8년간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총무로 재임했다. 당시를 설명하며 “교회 내 여성 참여 제도화와 양성평등 교육을 위해 맹렬히 일했다”면서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교단 내 여성 총대 비율, 여성 목회자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한국 교회에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인이라면 내가 기득권층, 지배계층에 속해 있어도 늘 자신을 성찰하고 약자의 아픔에 더욱 아파하며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바로 예수님이 하신 일이니까요.”
이어서 이 목사는 “그 감수성이 적은 것은 기득권, 명예 등을 지키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ACWC 총무로서 이 목사는 아시아 여성의 인권과 이주 노동 문제, 에이즈(HIV) 확산 대책 등에 대해 성명을 내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교회 내 여성 참여 제도화 문제도 여전히 주요 관심사다.
“20여 년간 교회란, 교회 여성이란, 연합 운동이란 뭔가를 고민하며 살아 왔어요. 어쨌든 예수에 매료돼서 시작한 일이고, 예수를 내 진리체계로 삼아 살아 온 건 확실하더군요. 결국 그 안에 해답도, 희망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황세원 기자, 사진=신웅수 대학생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