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본질에 집중 성장 이끄는 고양 벧엘교회 박광석 목사
입력 2010-11-17 18:23
벧엘교회(박광석 목사·사진)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장년 출석 성도 1만여명, 주일학교 학생들까지 합하면 1만5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많은 성도들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벧엘교회의 성장 비결은? 박광석(57) 목사는 주저함 없이 “본질입니다” 고 답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는 자들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교파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를 진짜로 믿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눠집니다. 저는 끊임없이 진짜가 되도록 사람들을 바꾸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부담감을 가지면서도 좋아합니다. 물론 성도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요.”
최근 펴낸 ‘신앙한다는 것’(위즈덤로드)도 이 같은 본질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다. 그는 프로그램 같은 겉모습에 집착하는 것이 한국 교회 최대의 위기라고 말한다. 실제 많은 교회들이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게 사실이다. 그는 목회 초창기부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이 주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지금까지 지켜왔다.
이처럼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는 신실한 신앙인인 그가 25세가 될 때까지는 지독한 회의주의자였다. 대학시절 교사자격증을 취득했던 그는 졸업 이후 대형 학원의 잘 나가는 강사였다. 대학에서도 요청을 받았다. 세상의 눈엔 성공한 사람으로 비쳐졌다. 그런 그에게 예수를 믿는다는 건 거추장스런 장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성경을 보고 기독교는 내 인생에서 정리해야겠다’는 요량으로 읽은 성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예수 믿는 것이 굴레가 아니라 특권이요 은혜임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만 간다고 생각했던 신학교가 그렇게 고귀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초창기 목회는 기대와 확신만큼 따라주질 않았다. 1988년 서울 목동에서 ‘영목교회’란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7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해가 거듭할수록 30명, 80명, 120명으로 늘었다. 정상적인 성장이었지만 급속한 성장은 아니었다. 스스로 대형 교회를 이룰 만한 자질이 있다고 믿었는데 목회 현실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그는 스트레스 때문에 간염, 지방간에 걸렸고,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부르셨는가, 내가 영목교회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또 다른 변화를 원하시는가.’
그는 결국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새로운 목회지 일산으로 오게 됐다. 그렇다고 특별한 목회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일산에서마저 목회가 안 된다면 하나님이 불러주실 거라는 비장한 각오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본질을 추구했다. 그는 벧엘교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벧엘교회는 쇼(show)를 하지 않습니다. 변칙이나 수단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성도들을 이용하거나 기만하지도 않습니다. 강요하는 봉사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믿어볼 만한 교회입니다.”
박 목사처럼 변화를 위해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물었다. 그는 대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지금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변화는 변칙을 버리고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이 너무 많은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변칙을 쓰게 됐고, 결국 본질을 버리게 됐다는 말이다. 목회자들부터 본질로 돌아오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변화라는 것이다.
그는 설교할 때도 청중들을 선동하거나 과장해서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성경을 보여주는 게 설교의 전부라는 것. 어느 교회보다 지역사회 봉사를 많이 하는 것도 벧엘교회의 특징이다. 하지만 외부에 알리지는 않는다.
나눔이나 봉사가 필요하지만 교회가 그것 때문에 유명해져서는 안 된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벧엘교회 하면 예수님이 생각나야지 자선이나 문화교실이 생각나면 안 된다”며 “나 역시 마지막에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목사였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게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