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감세 유지’ 뜻 밝혔는데… 한나라 선택은?
입력 2010-11-17 18:13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의 청와대 정례회동에서 한나라당 내 감세 논쟁과 관련, “당에서 결론을 내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미 중소기업과 중산층 감세가 많이 됐다”며 “지금 논의되는 부분은 꼬리에 해당하는 상위 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기조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며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당에서 논의해 조속히 결론을 내 달라”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이 전했다.
전체적인 감세 기조는 유지해야 하며 논란이 되는 2013년 이후 고소득층 감세안 철회 문제는 당에서 결정해 달라는 의미다. 겉으로만 보면 당이 결론을 내리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들린다.
하지만 속사정은 좀 복잡하다. 대통령 발언이 기존 감세정책 유지 쪽에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고소득층 감세안을 논의할 때 정부의 설명을 잘 듣고 당정 간 논의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대통령은 감세정책의 기조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한나라당 분위기는 고소득층 감세 철회에 무게가 실려 있으나, 논의 과정에서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최종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고소득층 감세 철회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년 예산안 통과 등에서 한나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대립해 봤자 좋을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정례회동에서 “예산안은 법정기일을 준수해서 내년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고, 안 대표는 “4대강 예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 등 정부안에 적극 동의하며 당 차원에서 이번 회기 내 통과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감세 논쟁은 한나라당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 의총을 통해 감세 관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소득세 부분 감세 철회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의총 분위기는 소득세 감세 철회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법인세 감세 철회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 등은 법인세 감세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서는 “소득세 감세를 철회하되 법인세 감세는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도영 정승훈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