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자금’ 문제없나… 조달자금 3분의 2가 차입금

입력 2010-11-17 18:13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도 현대그룹의 인수 불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17일 현대건설의 목표가를 9만원에서 7만5000원으로 17% 하향조정했다. 인수자금 5조5100억원 중 외부 차입금이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의 조달금액 1조9000억원 등 모두 3조4000억원에 달하며 이를 갚는 데 7.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윤진일 연구원은 “현대그룹의 향후 3년간 가용 자금(free cash flow)은 3300억원에서 5000억원 정도로 예측된다”면서 “그룹의 현금창출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인수금액이 높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날 “현대그룹이 4조8000억원의 추가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면서 “현대상선이 내년 6946억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되는 것을 필두로 현대엘리베이터가 1283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40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렉스(lex) 칼럼에서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연간 현금흐름의 3분의 2나 되는 차입비용을 감당하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은 끓지 않은 물을 증기로 바꾸는 것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실험으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FI와의 계약 조건에도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그룹 측은 계약 직후 “풋백옵션 등 무리한 조건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독일 M+W그룹이 입찰직전 갑자기 발을 뺀 상황에서 동양종합금융증권과 프랑스 나타시스 은행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현대그룹 측이 이례적인 호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연구원은 “최소한 특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조건을 걸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1분기에 매입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기로 한 만큼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고 재무적 부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