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글로벌 악재 파고… 국내 금융시장 잘 넘을까
입력 2010-11-17 21:44
환율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번에는 유럽·중국발 불안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아일랜드 채무 위기가 포르투갈 등으로 ‘전염’될 가능성과 중국의 긴축이 글로벌 수요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이들 악재가 어느 정도 예상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국내외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중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잠재된 유럽 악재, 예상된 중국 긴축=아일랜드 위기는 현재 유럽연합(EU)이 갖고 있는 잠재적 불안감을 대변한다. 올 상반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때 EU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유동성 우려는 진정됐지만 근본 원인을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다.
이 와중에 아일랜드 정부가 이달 초 예산 감축과 세금 인상분을 현 수준의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뒤 막대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아일랜드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연 8.95%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들 국가의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유럽 일부 국가의 문제가 과중한 재정적자에서 나온 것이라면 중국의 긴축은 과열 성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방향 전환이다. 중국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1%나 됐고 올해에도 1분기 11.9%, 2분기 10.3%, 3분기 9.6%의 고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물가는 지난달 4.4%까지 치솟았다. 물가에 대한 우려로 중국 당국은 19일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악재의 질이 서로 다른 셈이다.
◇급변한 국제 금융시장 추세, 장기화 안 될 듯=유럽 불안과 중국의 긴축 움직임은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을 바꿨다. 안전자산 선호로 달러가 강세가 된 반면 엔·유로화 등 주요 선진국 통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원 달러 환율 역시 이날 15원 이상 뛰는 등 가치가 급락했다.
달러화 약세 때 돈이 몰렸던 금과 다른 원자재 가격도 동반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서부텍사스산원유)는 전주 평균보다 4.5달러가량 떨어졌고, 올 초 온스당 1400달러를 돌파한 금값도 이날 1338달러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미국이 달러 약세를 통해 내수와 수출을 증진하는 정책을 지속하는 달러약세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하기 전까지는 시중에 풀린 달러는 성장률이 높은 동아시아 신흥국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럽 및 중국 악재가 국내 거시경제의 큰 틀을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예상된 일인 만큼 우리 경제가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중국의 연착륙과 내수 확충은 우리 경제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바로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을 예상했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출 및 원화가치의 건실한 강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유럽의 불안이 계속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 출구전략이 신중해질 수 있고 내수 활성화 대책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