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눈감은 통신업체… 무자격자에 전화선 임대

입력 2010-11-17 22:02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에 전화 회선을 제공하고 억대의 이득을 챙긴 미등록 통신업자가 붙잡혔다. 무자격자에게 회선을 임대한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는 범죄 악용 가능성을 알고도 묵인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인터넷전화 기간통신사업자인 S사로부터 임차한 수신전용 전화 회선 1800개를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 등 2000여명에 재임대해 최근 3년여간 2억35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박모(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모 인터넷전화 업체 대표 박씨는 2007년 8월 31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서울 용두동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중국 현지 가맹점 30여곳을 통해 회선 사용자를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회선을 빌려 재임대할 수 있는 별정통신사업자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았다. S사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박씨에게 전화 회선을 임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인터넷전화 번호가 ‘070’ 등으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박씨가 임대한 회선은 서울 지역번호(02)로 시작한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 번호를 수신자 휴대전화에 남겨 의심 없이 회신토록 했다. 이들 회선은 그동안 보이스피싱 198건,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68건 등 범죄 430건에 쓰였다.

S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쓰인 회선의 가입자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받고 박씨가 무등록 업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수사기관에서 가입자 정보 제공 요청을 받으면 중국 현지 사용자에게 연락해 전화번호를 바꿔주는 등 범행을 도왔다”며 “박씨의 불법 영업을 눈감아준 S사는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알고도 방관한 셈”이라고 말했다.

S사 관계자는 “우리는 박씨를 별정통신사업자가 아닌 일반사업자로 알고 회선을 임대한 것”이라며 “그동안 경찰이 보낸 공문에는 회선이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