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취임후 인권위 권고수용률 ‘뚝’
입력 2010-11-17 21:29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피권고기관의 인권위 권고 수용률이 40%대로 추락한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본보가 인권위가 출범한 2001년부터 지난 9월 말까지 9년간 경찰, 검찰, 정부기관 등에 내린 인권위 권고 1864건(중복권고는 단건으로 처리)을 분석한 결과 2005년 81.5%에 달했던 권고 수용률은 해마다 떨어져 지난해에는 53.4%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수용률이 35.0%에 불과했다.
2009년 7월 20일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가 내린 권고 395건 중 피권고기관이 결정을 받아들인 건수는 176건(44.5%)에 불과했다.
현 위원장 체제에서 인권위가 정부기관에 법령, 제도, 정책을 권고한 30건 중 수용된 건수는 5건(16.6%)에 불과했다. 권고 내용 중 일부만 수용된 건수도 1건에 불과했다. 현 위원장 취임 이전 인권위가 정책 수정 등을 권고한 216건 중 61건(28.2%)이 수용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기관이나 개인이 성차별 등을 했다며 시정 조치를 내린 97건의 권고는 28건(28.8%)만 받아들여졌다.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를 때린 경찰 등에 대한 고발 등 6건, 집회를 하던 장애인을 방패로 내리찍은 전경에 대한 수사 의뢰 등 3건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에게 내린 직권조사 권고 3건 역시 수용되지 않았다. 환자를 때린 보호사에 대한 처벌 등 징계 권고는 6건 중 1건만 받아들여졌다.
수용률이 크게 줄어든 것은 피권고기관이 인권위 결정 이후 수용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냄으로써 인권위 권고를 사실상 무시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월 이후 인권위 권고에 대한 피권고기관의 ‘검토 중’ 답변은 188건(47.5%)에 달했다.
‘검토 중’ 답변은 피권고기관이 수용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경우나 수용 의사를 통보했지만 내용이 일부수용 요건도 만족하지 못할 경우를 뜻한다. 통상 인권위 권고가 내려지면 피권고기관은 3개월 이내에 수용 여부를 통고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가 강제력이 없어 피권고기관이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최근 들어 인권위 권위가 점점 하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