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미 FTA 협정문 고칠 수도 있다”
입력 2010-11-17 18:07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수정할 수 없다던 강경입장에서 재협상도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식의 협상이 예고돼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협정문 수정 절대불가’ 입장을 접고 협정문을 고쳐서 우리 것을 더 얻을 수 있다면 재협상에 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는 한국의 자동차 수출 급증에 대비해 자동차에만 적용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설치하자는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양국 모두에 적용 가능한 장치라면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수용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던 입장에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은 이밖에도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해왔다.
정부는 미국이 계속해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자 협정문을 고치는 대신 농업과 의약품 분야 등에서 요구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협상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빈손으로 나갔던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얻자는 쪽으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미국산 자동차에 비해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세이프가드 도입은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반대해왔던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한 연장과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환급제도 폐지 등도 우리에게 이득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측이 유리한 협상 보따리를 풀어놓는다고 해도 정치권 등 국내 여론 반발도 문제다.
이에 향후 추가 협의 역시 험난할 전망이다. 미국 측도 “합의를 위한 합의는 않겠다”며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리 로크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출연해 한·미 FTA와 관련, “합의 도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미 FTA가 타결되려면 미국 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팔 수 있도록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 접근이 필요하다”며 한국 측의 추가 양보 필요성을 언급했다.
리엘 브레이너드 재무차관도 같은 날 한·미경제연구소(KEI)와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SAIS)이 공동으로 개최한 간담회에서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보다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한·미 FTA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아진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