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기업호민관 사퇴 왜… “호민관실 활동 정부 간섭 심해”
입력 2010-11-17 21:56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17일 서울 수송동 기업호민관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국무총리실에 사직서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부임 첫날부터 기업호민관이 통제받는 시점이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호민관은 “조용히 물러날 수도 있지만 사퇴의 뜻을 밝히는 것만이 기업호민관실의 독립성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 호소 수단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기업호민관실은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고 애로사항과 개혁이 필요한 규제를 찾아내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지난해 7월 국무총리실이 이 호민관을 위촉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업호민관실의 활동이 시작됐다. 기업호민관실은 연간 예산이 6억원에 불과하지만 설립 1년 만에 1200여건의 애로사항을 처리하고, 올해만 2조원 규모의 규제 개선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호민관은 정부가 지난 9월 29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을 발표한 이후 기업호민관실의 업무에 대해 제동을 걸어 왔다고 주장했다. 기업호민관실이 대·중소기업의 공정 거래를 유도하기 위한 평가지침으로 ‘호민인덱스(대·중소기업 공정거래지수)’를 개발했지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정부의 통제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기업호민관실은 공청회와 시범평가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호민인덱스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호민인덱스는 공정시스템, 공정계약, 공정가격 3개 영역에서 40개 안팎의 세부 지표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 결과 발표를 통해 공정거래 실천 기업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호민인덱스 시범평가 사업을 위한 공청회 개최부터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 이 호민관의 주장이다. 이 호민관에 따르면 공청회는 지난달 12일 열기로 했지만 정부로부터 중지 요청을 받았다.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위원회’가 개발할 예정인 ‘동반성장지수’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호민관실은 정부의 동반성장지수가 올해 안에 만들어진다는 조건 아래 시범사업 유보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호민관은 “정부의 동반성장지수는 아직 용역 발주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의 동반성장 대책은 냉각기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기업호민관실은 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 실태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고 한다. 기업호민관실에 파견된 중소기업청 직원들이 서면 조사를 위한 이메일 발송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호민관은 “상부의 지시가 내려져 중기청 파견 직원들이 업무를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이 호민관이 호민인덱스 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했던 것에 대해 만류한 것은 맞다”며 “동반성장지수 관련 사업은 관계부처들이 일원화하기로 합의한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상 기업호민관 고유 업무는 규제정비 및 규제관련 민원처리”라고 덧붙였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