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 축산업 10년간 2조 투자… 경쟁력 향상 최우선

입력 2010-11-17 18:08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 분야에 10년간 2조원을 지원한다. 화장품과 의료기기 부문에도 5년간 각각 700억원, 1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벨기에산 돼지고기, 프랑스제 화장품, 독일제 의료기기 등의 완전한 수입 개방까지 축산·화장품·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놓기 위해서다.

◇피해보전보다 경쟁력 제고 중점=정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FTA 국내대책위원회를 열어 한·EU FTA 체결에 따른 국내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미 FTA 서명 직후인 2007년 11월 발표된 농업 경쟁력 강화와 피해보상 대책에는 10년간 모두 20조4000억원을 지원키로 했었다.

수입이 늘어 생산액이 줄면 현금으로 이를 보전해주는 ‘피해보전직불제’ 등 정부가 농가 손실을 직접 메워주는 2007년 대책과 달리 이번 대책은 취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돼지를 키우는 축산농가에는 시설 현대화와 맞춤형 질병 컨설팅, 가축분뇨처리시설 확충 등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울 예정이다. 소에서 갓 짜낸 원유(原乳)도 매년 20만t이 남아도는 것을 감안해 가공원료유로 공급하고, 학교 우유급식 지원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해 우유소비도 늘리기로 했다. 국산 쇠고기 수요 유지를 위해 군납 육우를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바꾼다. 닭도 삼계탕용인 소형닭 위주에서 수출 수요가 집중되는 2.5㎏ 이상 대형닭 중심으로 바꿔 국내 수요변화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육우는 군납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축산농가의 가업상속을 지원하기 위해 영농상속공제액도 현행 2억원에서 2012년부터 5억원으로 올라간다. 일괄공제 5억원에 더해 추가로 상속공제액 5억원을 받게 되므로 영농상속액은 10억원(배우자공제 5억원 포함 시 15억원)까지 비과세된다.

국산 화장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별 피부정보은행을 구축해 국가별, 인종별 피부특성에 맞춰 맞춤형 기초화장품 등 개발지원에도 나선다. 현재 제조일자만 표시된 제품 표시기준도 사용기한으로 대체하는 등 관련 10개 규제도 선진국형으로 바꾼다.

의료기기산업도 정보통신(IT) 융합 첨단의료기기 연구개발(R&D) 투자와 신뢰성 제고를 위한 인프라 구축 지원책이 마련됐다.

◇한·EU 국내대책, 한·미 FTA 압박카드 될까=한·미 FTA가 3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국내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대책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2007년 발표된 보완대책의 연도별 진행률은 50%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이번 한·EU FTA 국내대책이 가속화될 경우 잠정발효 상태인 유럽과의 자유무역의 공식발효도 앞당길 수 있는 동시에 미국 정치권에 대한 압박카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 압박용이라는 전략적인 고려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