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연방법원 보관 전신스캐너 이미지 100장 유출… 美정부 “저장 안한다” 公言은 空言
입력 2010-11-17 21:33
미국 당국이 보관 중이던 전신스캐너(일명 알몸투시기) 이미지가 유출돼 인터넷에 전격 공개됐다. 전신스캐너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온 당국의 입장과는 달리 부적절한 이미지 저장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줘 인권 침해 논란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미국의 IT전문 블로그사이트인 ‘기즈모도(Gizmodo)’는 16일 전신스캐너로 촬영된 뒤 유출된 이미지 100장을 공개했다. 전신스캐너 이미지를 보관하던 기관은 미 플로리다 연방법원 보안관실이며, 보관 중이던 이미지 3만5000여장 가운데 일부라는 게 기즈모도 측의 설명이다.
이들 이미지는 법원에 설치된 밀리미터 웨이브 스캐너를 통해 촬영됐다. 올랜도와 플로리다 연방 법원을 출입하는 공무원과 시민들의 전신이 찍혔다. 공항 전신스캐너보다는 해상도가 다소 떨어진다. 유출된 이미지는 지난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미 정부 당국이 전신스캐너 이미지를 보안 명목으로 꾸준히 저장해 온 증거라고 기즈모도 측은 주장했다. 기즈모도 측은 “이번 일은 전신스캐너 이미지들이 얼마나 쉽게 저장되고 유출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신의 가족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말부터 공항 전신스캐너 보안검색 조치를 대폭 강화한 미 당국으로선 곤혹스런 입장이다. 연방 법원과 달리 공항 전신스캐너 이미지는 저장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궁색한 변명만 내놨다. 미 연방교통안전청(TSA) 그레그 솔 대변인은 “공항 전신스캐너는 저장과 전송, 프린트 기능이 없다”며 “한번 본 이미지는 곧바로 삭제된다”고 항변했다고 CBS뉴스가 보도했다. 전신스캐너를 작동하는 직원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 ‘전자식 사생활 정보센터’(EPIC)는 “이번 유출 사건은 전신스캐너에 저장과 전송 기능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인권 침해 요소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전신스캐너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 등 국내 4개 공항에도 지난 9월부터 전신스캐너가 설치·운용되고 있어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인권 침해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