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수사 이유로 예산 심사 보이콧 안돼

입력 2010-11-17 17:46

민주당이 검찰의 청목회 수사 강행에 반발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검찰이 민주당 강기정·최규식 의원 측근 3명을 체포한 데 대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 줌의 정치세력과 맞서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국회는 어제부터 309조원에 달하는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으나 이에 따라 올 스톱됐다.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에 격랑이 일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예산 국회를 보이콧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점이다. 청목회 수사는 검찰이 조금 서두르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청원경찰들로부터 불법 정치 후원금을 받아 챙긴 의원들을 수사하는 것은 검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받은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고 파렴치한 행위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대로 수사해 보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미 수사에 응했다. 떳떳하다면 야당 의원이라고 해서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관련자들이 소환에 불응하는 상황에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인가. 민주당이 이를 두고 정권이 야당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오버다.

검찰이 민주당의 정치공세를 피하고 일부 국민의 오해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수사도 청목회처럼 엄정하게 해야 한다. 제 식구 봐주기 수사란 의혹이 제기된 ‘그랜저 검사’ 사건을 특임검사에게 맡겨 재수사키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이와 함께 총리실 민간인 사찰 및 ‘대포폰’ 수사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국민적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여권 스스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이미지에 다소 흠집이 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겸허한 자세로 청목회 수사에 임하면서 예산국회로 돌아오는 것이 맞다. 동시에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심사가 뒤틀린 민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