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밤나무 늘어선 ‘단풍의 제국’ 쉼표·느낌표 함께 있습니다

입력 2010-11-17 20:50


삼림이 70% 일본 아오모리현

퀴즈 하나: 북한 중강진의 위도와 비슷한 북위 40도에 자리잡은 일본의 현은? 답:아오모리(靑森).

인천공항에서 2시간을 비행한 끝에 도착한 아오모리 국제공항은 한낮인데도 냉기가 감돈다.

일본 본토 최북단. 북으로 쓰가루 해협을 끼고 홋카이도를 마주한 아오모리는 강원도와 제주도를 합쳐놓은 것 같은 풍광을 자랑한다. 삼림이 전체 면적의 70%를 차지하지만 이맘때면 삼림의 도시라기보다 붉은 ‘단풍의 제국’에 가깝다. 세계자연유산인 시라카미산지(山地), 히로사키성, 현립(縣立)미술관 등 보석 같은 명승지를 품고 있어 일본인에게도 축복의 땅으로 통한다. 도심을 탈출한 도시인에게 치유와 재충전, 오감만족의 여정을 선사하는 아오모리로 떠나보자.

◇시라카미 산지=아오모리 시에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시라카미 산지는 10월말 내린 첫눈을 머리에 인 이와키산(山)을 배경으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부시다. 13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너도밤나무 군락지로,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에 걸쳐 있다. 아키타현의 시라카미 산지는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로로’의 배경. 1993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구절양장 산길을 달리다 해발 650m 봉우리에서 바라본 산지는 너도밤나무의 붉고 노란 물결과 진녹색의 삼나무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원시림엔 전선이나 전봇대 등 일체의 인공물을 찾아볼 수 없다. 현지 가이드와 함께 270m 길이의 짧은 산책코스를 걷다보면 끝 지점에 400년된 너도밤나무 ‘마더 트리’가 나타난다. 높이 22m, 직경 148㎝인 이 나무는 너도밤나무의 어머니라기보다 조상에 가깝다.

◇히로사키성=한창 추색으로 물든 히로사키성은 일본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벚꽃 명소. 벚꽃 만개한 봄날엔 일본 전역에서 수십만명의 상춘객이 몰린다. 오후 3시반이면 어둑해지는 짧은 가을날, 해자 물위에 비친 단풍과 망루형 천수각(天守閣)이 만추의 정취를 더한다. 이곳에선 하승교(下乘橋)라는 진홍색 다리가 먼저 나그네를 맞는다. 에도시대 방문객들은 이 다리 앞에서 탈것에서 내려서 걸어 들어가야 했다고 한다.

든든한 석축위에 지어진 천수각은 원래 5층이었으나 번개를 맞아 소실되는 바람에 3층으로 개축했다. 원래 있던 자리에 지으려 했으나 에도 막부에서 불허했다고 한다. 지방 성의 건축물 위치마저 규제하려고 든 권력의 서슬 탓이다. 3중으로 둘러쳐진 해자 안쪽으로 3곳의 성루와 성문 등이 남아 있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관광객이라고 단풍 구경과 온천 타령만 할쏘냐. 아오모리공항에서 북으로 30분을 달리면 ‘문화 충전소’ 현립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지상 2층의 나지막한 건물이 눈처럼 새하얗다. 입구 벽에 설치된 나무 모양의 픽토그램(그림문자)이 앙증맞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팝아트 작가 나라 요시토모의 ‘아오모리 켄’(사진). 높이 8.5m의 야외 조각으로 눈을 지그시 감은 새하얀 강아지가 마치 명상에라도 잠긴 듯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은 샤갈의 초대형작 그림 ‘아레코’ 3점. 발레 ‘아르코’를 공연하기 위해 제작한 가로 15m, 세로 9m 크기의 작품으로 그 규모에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80억원을 호가한단다.

◇사과의 고장= 일본 최대의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엔 어딜 가나 사과나무가 지천이다. ‘기적의 사과’로 한국에도 이름이 알려진 농부 아키노리가 사는 곳도 바로 이곳. 아오모리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이와키산 중턱에 은거 중이란다. 사과의 고장답게 애플랜드라는 온천탕엔 사과를 둥둥 띄워 놓아 이채롭다. 맑은 바람이 스치는 밤, 아오모리 최대 온천인 고마키온천 리조트 노천탕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쏟아질 듯 총총한 별무리를 올려다보면 별유천지가 따로 없다.



아오모리 가려면=대한항공이 인천∼아오모리 직항편을 운행한다. 110V용 전환 콘센트 필수, 시차는 없다. (문의:북도호쿠3현·홋카이도 서울사무소 02-771-6191. www.beautifuljapan.or.kr).

아오모리(일본)=최민영 기자 my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