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세대간 벽 뛰어넘는 부안·정읍 바둑 축제
입력 2010-11-17 17:32
지난 6일 전북 부안에서 제9회 조남철국수배 전국 어린이 바둑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한국 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은 1923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기타니 미노루 9단의 제자가 되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17세인 41년 일본기원 초단이 됐고 43년 귀향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조남철 9단은 1945년 일본기원을 모델로 삼아 한성기원을 설립했다. 이어 조선기원, 대한기원을 만들고 55년에 지금의 한국기원을 설립했다. 또한 일본어 일색이었던 바둑용어를 우리말로 바꾸고, 다양한 저서를 출간에 바둑계의 근간을 세웠다.
매번 조남철국수배에 가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조남철 국수가 어린 제자를 지도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연로한 조남철 국수와 어린아이가 마주앉아 대국하고 있는 모습에서 조남철 국수의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조남철국수배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번에도 전국에서 500여명의 어린이 선수들이 참가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저학년부부터 최강부까지 각기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볼거리 및 먹을거리가 풍부해 부안에서 머무는 시간은 더없이 행복했다.
현재 조남철국수배와 여류프로기성전을 주최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바둑테마공원을 만들고 있는 부안은 바둑과 더불어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지난 13일. 전북 정읍에서 제4회 단풍미인배 정읍시민바둑대회가 열렸다. 내장산의 단풍이 마지막 절정을 뽐내는 주말이라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읍시민들은 실내체육관에 모여 수담을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단체부, 일반부, 실버부, 초등부 등 200여명이 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자리에 모여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 이처럼 세대 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매개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각양각색의 지방바둑대회를 다니다보면 그곳의 풍습, 문화, 먹거리 등을 보고 배우고 접할 수 있다. 필자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프로에 대한 예를 갖춰 대해주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바둑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앞으로도 전국방방곡곡에 바둑축제가 더 활성화되고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