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후부족선교회 박윤식 목사, “10년 뒤 다시 돌아오겠다” 약속 지키러 태국 오지 마을로
입력 2010-11-17 17:41
예수님께 받은 크나큰 사랑과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두 목회자가 먼 길을 나섰다. 박윤식(57) 선교사는 10년 전 태국의 라후 부족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17일 출국했다. 40여년 전 총을 들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증권단선교회 김원철(64) 지도목사는 다음 달 성경을 들고 베트남을 찾는다. 두 목회자는 “복음을 영접하고 주님의 사랑에 감격해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한껏 기대했다.
박 선교사는 1989년 당시 부목사로 있던 부산 수정동교회(조관호 목사)에서 태국 선교사로 파송 받아 라후 부족을 위해 헌신했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200여㎞ 떨어진 산마을 매아이가 그의 선교지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접하고 있는 골든트라이앵글에 위치해 있다.
88년 선교여행차 이곳에 들렀을 때, 의료·교육의 혜택을 못 받고 어렵게 살아가는 라후 부족을 보면서 그는 젊은 시절의 다짐을 새삼 떠올렸다고 한다. “군대에서 다리를 다쳐 입원치료 중인데, 주변에 발목이나 손가락 등이 잘려 고통 속에 신음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사랑의 사람이 되어 상처 입은 이들을 도와주자’고 결심했지요. 사랑의 사람에 어울리는 모습이 바로 선교사였습니다.”
‘라후부족선교회’를 세우고 90년부터 본격적으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매아이선교센터와 신학교를 세우고 젊은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집중했다. 1년에 두세 차례 한국의 성도들이 보내주는 쌀과 의복을 전달하는 구제사역을 하고, 한국과 미국 의료진의 협조로 라후 부족의 큰 문제인 마약을 치료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특히 매아이선교센터를 건립할 땐 재정 압박이 심해 갈등하기도 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네 자녀들을 가르치는 비용을 나한테 맡기면 자녀들은 내가 책임지겠다’라고요.”
박 선교사는 당시 치앙마이에 있던 세 자녀의 학비를 모두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여명순(55) 사모는 “하나님께서 남편의 그런 결단을 예쁘게 보셨다”며 “재정의 길이 열려 선교센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자녀들은 미국에 사는 고모가 데려가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마을에 교회도 개척하고 사역의 범위도 넓어지자 후배 선교사들과 함께 동역했다. 박 선교사는 “그러나 내가 선교지에 버티고 있으니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는데도 자립을 못하는 것 같았다”며 “그들에게 사역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떠날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라후부족선교회 대표 자리도 가장 늦게 선교지에 합류한 ‘막내 선교사’에게 넘겼다. 하지만 라후 부족은 어머니처럼 믿고 따라온 박 선교사 부부가 떠난다고 하자 만류했다. 박 선교사는 그들에게 “10년 뒤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수정동교회로 돌아와 6년간 담임으로 시무했다. 1918년 설립된 수정동교회는 영남권을 대표하는 성결교회로, 1000여명의 장년들이 출석하고 있다. 선교사가 아닌, 선교지를 후원하는 교회 담임목사로 3년 전 라후 부족을 방문했다. 박 선교사가 언제쯤 돌아오는지를 손꼽아 기다리는 부족 사람들을 보면서 비로소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왜 안정적인 목회지를 떠나려고 하느냐?’란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기자도 그렇게 질문했다. 박 선교사의 답은 단순하지만 명쾌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