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단선교회 김원철 목사, 베트남전 참가했던 ‘증권맨’… 40년 만에 총 대신 성경을 들고
입력 2010-11-17 17:42
예수님께 받은 크나큰 사랑과 복음의 빚을 갚기 위해 두 목회자가 먼 길을 나섰다. 박윤식(57) 선교사는 10년 전 태국의 라후 부족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17일 출국했다. 40여년 전 총을 들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증권단선교회 김원철(64) 지도목사는 다음 달 성경을 들고 베트남을 찾는다. 두 목회자는 “복음을 영접하고 주님의 사랑에 감격해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한껏 기대했다.
33년간 직장선교를 위해 헌신해 온 김원철(한빛교회 협동) 증권단선교회 목사가 다음 달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은퇴 감사예배를 드리고 베트남 선교지로 떠난다. 이날 예배에는 증권업계 기독신우회 회원들이 대거 참석, 김 목사의 ‘증권 선교 30년’을 회고하고 향후 베트남 선교 인생을 격려한다.
“공채 2기로 금융투자협회(전 증권업협회)에 입사, 25년 동안 ‘증권맨’으로 살았죠. 1998년 증권연수원 본부장을 끝으로 퇴사했지만 목사로 변신, 증권단선교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장애우 겨울나기를 위해 매년 자선음악회를 열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함께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식당일, 신문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다. 이를 악물고 공부해 상고를 졸업한 뒤 73년 증권업협회에 입사했고 증권시황 방송 아나운서를 하면서 야간으로 방송통신대와 서강대 경영대학원, 한신대 사회복지실천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러나 마지막 길은 신학을 택했고 2001년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제2의 인생으로 목회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 직장선교 활성화를 위한 신우회의 교육개발 연구’로 우리나라 직장선교 관련 박사 1호로 기록됐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 베트남으로 자비량 선교를 떠나는 이유를 그는 드라마 같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로 대신했다.
“1969∼70년 백마부대 소총소대 분대장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습니다. 군인이지만 마음속에는 언제나 두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매일 아침 작전을 나가기 전 지하 벙커에서 분대원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분대원 9명 모두를 1년 동안 무사히 지켜 주시면 훗날 목사가 되어 다시 이곳에 와 베트남 선교를 하겠다는 서원기도였습니다. 참전 몇 달 후 한 첨병 분대원이 10m 앞에 다가온 베트콩 한 명을 사살했습니다. 그 공로로 분대원 전원이 1계급 특진과 무공포장이란 영예를 받았지만, 머리에 총알을 맞아 처참하게 죽어가는 베트콩을 바라보며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1년 뒤 그는 전우들과 함께 무사히 귀국했다. 그리고 그는 증권업협회에 근무하면서 신학을 공부, 목사가 됐다.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지난 6월엔 고려대에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수료, 베트남 땅에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40년 전에는 총을 들고 베트남을 찾았으나, 이제는 한 손에는 성경, 다른 한 손에는 한글을 들고 베트남을 찾는 셈이죠. 아직도 당시 치열한 전투와 죽어가는 베트콩의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합니다. 앞으로 여생을 베트남 선교를 위해 헌신하다 베트남 땅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