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냥,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 기능 보유자 박용순씨
입력 2010-11-17 21:46
케냐 나이로비에서 16일(한국시간) 열린 제5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 회의에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매사냥의 국내 보유자는 대전시 무형문화재 제8호 박용순씨와 전북 무형문화재 제20호 박정오씨 두 명뿐이다. 매사냥은 4000년 전통을 이어온 가장 오래된 사냥법으로 이번에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이 등재를 신청해 모두 인정받았다.
매사냥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소식이 전해진 17일 박용순(54·대전 옥계동)씨는 전화통화에서 “40여년째 매와 함께 지내온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가 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동네 뒷산에서 잡은 매를 기르면서부터다.
평소 관심을 기울이다 군 제대 후 매사냥을 본격적으로 전수받아 2000년 무형문화재가 됐다. “원래 매가 사람과 친한 편은 아니지만 잘 보살펴주면 금세 친해져요. 매사냥은 매를 사랑하고 매와 충분히 교감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사냥법이에요.”
박씨가 현재 훈련시키고 있는 매는 4마리. “야생 매를 잡아 보름가량 24시간 함께 지내면서 처음엔 다리에 줄을 매 사냥 훈련을 반복해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끈을 풀어 비행과 본격 사냥에 나서는 방식으로 매를 조련시켜요.”
엔지니어 출신으로 생업도 포기하고 매사냥 보존·전수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는 “자식같이 키운 매가 첫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면서 “그러나 다른 기능 보유자처럼 작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밥벌이가 전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박씨는 “천연기념물인 매 보호를 이유로 매사냥 전수 희망자에게 사육허가도 내주지 않는 현실”이라며 “봉받이(매를 다루는 사람)는 자기 매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매사냥의 맥을 잇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사냥과 함께 우리 가곡과 대목장도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이상 2009)에 이어 모두 11건의 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시조 시에 곡을 붙여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음악인 가곡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예능보유자인 김영기 조순자 김경배씨 등 3명이 맥을 잇고 있으며, 나무를 다루는 전통건축의 장인 가운데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을 도맡아 책임지는 대목장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기능보유자인 신응수 전흥수 최기영씨 등이 있다.
한편 프랑스 전통 미식(美食)과 멕시코 전통 요리,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모로코가 제안한 지중해식 식사, 스페인 플라멩코 춤, 룩셈부르크와 칠레의 전통무, 남성 수십명이 기름을 바르고 씨름을 하는 터키의 축제, 중국의 침뜸 기술과 전통 경극 등도 인류무형유산에 올랐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