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미희의 전도여행] 불가촉천민 천막촌에 울려퍼진 축복 기도
입력 2010-11-17 17:27
③기도치유아카데미 현장
소설가 은미희(50)씨가 지난 10월 인도 선교여행에 나섰다. 바울처럼 문필에 능한 그의 글은 먼지 폴폴 날리는 거리의 풍경과 소박하게 살아가는 인도 사람들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인도 남부 뱅갈루루를 중심으로 선교사역을 펼치고 있는 정운삼 선교사를 돕는 기도치유아카데미(장요한 목사)·안산 한마음교회(이경석 목사) 일행과 합류한 그의 선교여행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일정은 빡빡했다. 멀리, 하루의 절반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 왔으면서도 일행은 이국의 풍경이나 정취를 느껴볼 여유가 없었다. 하루 정도 틈을 내 동양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뱅갈루루 시내를 돌아보거나 사람 사는 모습을 스치듯 바라봐도 좋으련만 꽉 짜인 일정은 조금의 여유도 허락지 않았다.
이번에 함께한 기도치유아카데미는 장요한 목사(순복음 대전둔산교회)가 지난 2008년에 개설한 기도치유 사역자 양성단체이다. 아카데미의 기본 정신은 ‘기도는 내가 하고 치유는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도한다고 해서 다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 있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지시하심에 순종하는 것이다. 장 목사는 기도치유아카데미 기본정신을 설명하면서 선교여행의 의미를 강조했다.
“3억8000개의 우상이 있는 나라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일입니다. ‘인디아 바이블 칼리지’는 기도치유아카데미의 인도지부입니다. 예수님의 3대 사역을 우상의 나라에 전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할 계획입니다.”
기도치유아카데미는 초교파적이다. 가르치고 복음전파하고, 치유를 통해 인간 사랑을 구현하신 예수님의 3대 사역을 전파할 수 있는 치유 사역자를 길러내는 곳이다. 초급과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뉘어 있는 기도치유 아카데미를 거쳐 간 신학생과 목회자만도 벌써 15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배울까.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고 전파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게 무얼까. 2개월 과정인 초급과정은 주로 기도에 관해 공부한다. 6하 원칙의 기도훈련이 기본이다.
‘만남과 기도’ ‘기도치유의 정의’ ‘구약에서의 기도 치유’ ‘질병의 원인’ 등을 다루고, 중급 과정은 기도 치유의 원리를 배우게 된다. ‘죄와 회개와 용서’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안수기도와 권세기도’ ‘릴레이 기도’와 ‘축사기도’, ‘중보기도’ 등을 훈련시킨다. 고급과정은 ‘영혼·육·환경의 질병과 치료효과’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즉 영적인 질병은 무엇이고, 혼적인 질병은 어떤 것이며, 육신의 질병은 무엇이며, 환경에 의한 질병은 무엇인가에 대해 공부한다고 한다. 이미 일본과 미얀마에 지부를 두고 있고 이번 인도 지부를 새롭게 개설하면서 해외 지부가 세 곳으로 늘어났다. 곧 대만과 중국지부도 문을 열 예정이다.
강의 이후에 이루어진 집회는 기도와 치유의 놀라운 현장이었다. 집회에 참석한 성도들의 통성기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도치유 아카데미 강사들의 안수기도를 받은 일부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어떤 이는 고통스러워하고, 또 어떤 이는 아픈 팔을 맡기며 치유의 기적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의 표정에는 믿음과 결기가 넘쳐났다. 고칠 수 있다는 믿음과, 고침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시종 뜨겁게 기도 현장을 달구었다. 그 밤 내내 이들의 기도로 뜨거웠다.
돌아오는 날 일행은 정운삼 선교사의 안내로 빈민촌을 방문했다. 어떤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이 사는 천막촌에도 예수님은 계셨다. 한 평이 될까 말까 한 실내 한쪽에 우상을 올려놓은 사람들은 우리 일행을 반겼다. 아이들은 천진난만했고, 사람들은 순박했다. 그들은 기도를 해달라며 우리를 자신들의 집으로 이끌었다. 한집이라도 더 해주기 위해 일행은 여럿으로 나누어 집을 방문했다. 후텁지근하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았지만 일행은 마다하지 않고 그 비좁고도 어둑한 실내에서 성심으로 기도하고 축복해주었다. 하나님의 사랑이 골고루 미치기를, 가난한 자에게 더 놀라운 사랑이 임재하기를, 놀라운 치유의 역사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염원했다. 믿는 대로 된다고 했으니,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있을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행은 뱅갈루루 외곽에 있는 현지교회로 향했다. 아이피에스 교회. 뱅갈루루 힌둘반데 지역에 있는 아이피에스 교회는 현지인 목사 제바스 고빌리우스(59)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였다. 건물 외부 어디에도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외관만으로 보자면 교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창고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실내에는 200여명에 가까운 성도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설교는 기도치유아카데미 강사진 가운데 한 명인 이봉수 목사가 맡아 했다. 이봉수 목사가 하는 말을 정운삼 선교사가 영어로 통역을 하고, 또 그 영어로 된 설교를 현지인 전도사가 다시 현지 언어로 통역하는 순서였다. 다소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다들 귀를 기울이며 즐거워했다. 믿음은 순수했다.
그렇게 순서가 끝나고 안수기도의 시간이 되었다. 기도치유아카데미 강사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기도할 때, 반란과 순종의 시간들이 이어졌다. 행복한 얼굴로 안수기도를 받는 이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자리에 쓰러져서는 완강하게 저항했다. 강사들의 표정이 그 어떤 때보다도 힘들어 보였다. 땀으로 뒤발한 강사진의 얼굴에 불빛이 내려앉아 번들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오래 묵은 병을 치유받기를 원하는 사람, 축복을 받기를 원하는 사람, 진실로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으면서 쉴 수가 없었다. 세 시간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타야 했지만 그들을 두고 떠나올 수는 없었다. 기도 받기를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나서야 기도치유아카데미 일행도 이번 인도 선교 일정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묵은 과제가 조금은 풀렸다며 현지인 목사는 감사를 표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서 내 믿음은 어떠하며, 또 내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해. 어떤 것이 진정한 믿음인지. 어찌 그게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그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풀어야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은미희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