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미혼모 여고생과 기독교 윤리
입력 2010-11-17 17:26
우리는 윤리를 ‘참’이라고 믿는 버릇이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고 지켜야 할 도리를 누가 참이라고 믿지 않겠습니까. 남녀사이 성에 대한 사회적 윤리 규범은 성도덕이라고 하지요.
90년대 제가 문화부 방송담당 기자를 하는데 TV 드라마에 키스 장면이 사상 처음 방영됐습니다. 시청자들 반응은 사회적 공기인 방송이 이럴 수가 있냐며 비난이 컸습니다. 지금, 악수 장면만큼이나 흔하게 나오더군요.
제 청소년기엔 ‘누나’를 사귄다는 것은 윤리에 어긋나는 짓이고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건강성이 기준이 되어 있더군요. 50년대 성윤리 논란이 됐던 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 내용쯤은 ‘초딩’조차 코웃음 칠 일이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지난 11일자 ‘동성애 목사’, 이번에 ‘미혼모 여고생’ 문제를 놓고 저와 부원들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신앙에 반하는 사안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성애에 빠졌다가 회개하고 목사님이 된 분, 교회 중고등부 학생이 미혼모가 되어버린 사연. 이물감으로 다가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 얘기 게재 여부를 고민하다 고교 교사인 한 집사님의 말씀에서 답을 얻었습니다.
“동네 골목을 지나다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이 있으면 슬슬 피합니다. 사실 그 녀석들 자존감이 약한데도요. 교회라고 다르지 않죠. 한데 교회가 문 열어 놓고 ‘애들아 추운데 밖에서 그러지 말고 교회 들어와 피워. 괜찮아’라고 말하면 안 될까요.”
크리스천에게 윤리란 무엇일까요. 기독교 윤리학에선 ‘창조, 임마누엘, 십자가, 부활에 근거해서 매일 새롭게 결단하고 바른 길을 걷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혼모 여고생 은혜는 서툰 사랑을 했을 뿐입니다. 새롭게 결단했답니다. 사회적 윤리로 재단하려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