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벧엘교회 박광석 목사 "변칙 버리고 본질 추구하면 교회 성장 보인다"

입력 2010-11-17 10:31


[미션라이프] 벧엘교회(박광석 목사.사진)는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교회라고 할 수 있다. 장년 출석 성도 1만여명, 주일학교까지 합하면 1만 5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 많은 성도들을 관리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없다. 그렇다면 벧엘교회의 성장 비결은? 박광석(57) 목사는 주저함 없이 본질이라고 답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는 자들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교파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를 진짜로 믿느냐 아니냐에 따라 나눠집니다. 저는 끊임없이 진짜가 되도록 사람들을 바꾸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부담감을 가지면서도 좋아합니다. 물론 성도들뿐만 아니라 저 자신도 진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구요.”

최근 발간한 책 ‘신앙한다는 것’(위즈덤로드)에서도 그는 본질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고 여전히 방황하는 이들이 많다. 신앙의 진리, 즉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앙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어야 믿음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아름다운 성장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신앙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들에만 집착하곤 한다.”

그는 프로그램 같은 겉모습에 집착하는 것이 한국 교회 최대의 위기라고 말한다. 실제 많은 교회들이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추구하는 게 사실이다. 그는 대세인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받은 은혜를 따르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왔다.

벧엘교회는 보수교단인 예장 고신에 속해 있다. 하지만 교회 어디에도 고신의 색깔은 묻어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우리 교단은 확고한 진리와 순수한 신앙을 자랑했지만 그것을 시대에 맞게 새로 정립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비록 고신 교단은 실패했지만 나는 그것을 정립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시대에 어울리는 고신의 컬러를 찾아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처럼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는 신실한 신앙인인 그는 25세가 될 때까지는 지독한 회의주의자였다. 교사자격증을 땄던 그는 대형 학원의 잘 나가는 강사였다. 대학 강사 요청을 받기도 했다. 세상의 눈엔 성공한 사람이었다. 더 이상 예수를 믿는다는 건 거추장스런 장식에 불과했다. 그 즈음 타종교 서적에 심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성경을 보고 기독교는 정리해야겠다’는 요량으로 읽은 성경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 예수 믿는 것이 굴레가 아니라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권이요 은혜임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만 간다고 생각했던 신학교가 그렇게 고귀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초창기 목회는 기대와 확신만큼 따라주질 않았다. 1988년 서울 목동에서 ‘영목교회’란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7명으로 시작한 교회는 해가 거듭할수록 30명, 80명, 120명으로 늘었다. 정상적인 성장이었지만 급속한 성장은 아니었다. 스스로 대형교회를 이룰 만한 자질이 있다고 믿었는데 목회 현실이 따라주지 않은 것이다. 그는 스트레스로 때문에 간염, 지방간에 걸렸고,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장소를 옮겨보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는 줄어들 줄 몰랐다. 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나님이 나를 목회자로 부르셨는가, 내가 영목교회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하나님께서 또 다른 변화를 원하시는가’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새로운 목회지 일산으로 오게 됐다.

그렇다고 특별한 목회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일산에서마저 목회가 안된다면 하나님이 불러가 주실 거라는 비장한 각오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본질을 추구했다. 그는 벧엘교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벧엘교회는 쇼(show)를 하지 않습니다. 변칙이나 수단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설교 시간에도 복음만 이야기합니다. 성도들을 이용하거나 기만하지도 않습니다. 강요하는 봉사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믿어볼 만한 교회입니다.”

개인적 야망을 버리고 복음의 본질에 충실한 목회가 오늘의 벧엘교회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그는 목회지 변화라는 방법을 통해 교회 성장을 이룬 것이다. 목회자들에게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게 뭔지 물었다. 그는 대뜸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지금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변화는 변질을 벗고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이 너무 많은 변화를 추구하다 보니 변질이 됐고, 결국 본질을 버리게 됐다는 말이다. 목회자들부터 본질로 돌아오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변화라는 것이다.

그는 설교할 때도 청중들을 선동하거나 과장해서 말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히 성경을 보여주는 게 설교의 전부라는 것. 그렇다고 세상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박 목사는 “세상이나 책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점을 보여주고 왜 성경으로 돌아와야 하는지를 말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핸디캡이 책을 늦게 읽는 것이라는 그는 하루종일 책을 끼고 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단다.

벧엘교회는 어느 교회보다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많이 하지만 외부에 떠벌리지 않는다. 나눔이나 봉사가 필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교회가 유명해서는 안된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그는 “벧엘교회 하면 예수님이 생각 나야지 자선이나 문화교실이 생각나면 안된다”며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목사였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은 게 내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