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 ‘마린보이’ 완벽한 부활… 400m 2연속 金
입력 2010-11-16 21:46
중국은 ‘마린보이’ 박태환(21·단국대)에게 약속의 땅이었다.
박태환은 16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53으로 우승했다. 박태환은 이로써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이 부문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광저우에서는 자유형 200m에 이어 2관왕이 됐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신기록이자 올해 세계 최고 기록이다. 박태환은 자신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 세운 한국 기록(3분41초86)을 0.33초 줄였고,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열린 2010 팬퍼시픽선수권대회 때 작성한 올해 세계 랭킹 1위 기록(3분44초73)도 다시 썼다. 박태환의 맞수인 중국의 쑨양(19)은 3분42초47, 장린(23)은 3분49초15로 각각 2, 3위로 밀렸다.
14일 자유형 200m 결승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쑨양과 장린은 박태환의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박태환은 이미 250m에서 2분17초67을 기록하며 2위 쑨양(2분19초64)을 2초 가량 앞섰다. 마지막 50m를 남기고 쑨양이 안간힘을 쓰며 맹렬하게 따라붙었지만 이미 벌여 놓은 거리 차이를 충분히 활용하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경기를 끝내고도 한층 더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경기 직후 환호하는 팬들에게 일일이 답례를 했으며, 태극기를 받아 온 몸에 걸치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박태환은 “쑨양이 쫓아와서 좋은 기록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금메달도 기쁘지만 기록이 좋아서 더 기분 좋다”며 “계영 등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 경기를 마친뒤 체력이 바닥 난 상태에서 1시간 후 수영 남자 400m 계영 결승에도 참가해 동메달을 추가했다.
박태환에게 중국은 행운의 땅이 됐다.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따며 수영 변방 한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지난해 8월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 자유형 200m와 400m, 1500m 등 출전한 세 종목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무너졌지만 1년여 만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박태환은 이로써 아시안게임에서 수확한 금메달을 5개로 늘려 최윤희(5개)가 홀로 갖고 있던 한국 수영 사상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의 영예를 함께 나누게 됐다. 박태환은 17일 자유형 100m, 18일 자유형 1500m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최다 금메달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
광저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