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제식구 봐주기’ 여론 불식… 2명 모두 사법처리 가능성 커

입력 2010-11-16 21:51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특임검사를 임명해 ‘그랜저 검사’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정면돌파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검찰총장이 임명하지만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는 특임검사가 엄정히 수사해 검찰의 자정능력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찬식 대검 대변인은 16일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검사의 재직 중 비위 사건에 대해 특임검사를 통해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그랜저 검사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뒤 파장이 커지자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하라고 대검 감찰본부에 지시했다. 김 총장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감찰본부가 사건 처리 적정성 유무를 검토 중인 만큼 의견을 받은 뒤 특임검사 임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랜저 검사 사건은 지난 7월 부장검사로 퇴직한 정모씨가 2008년 초 지인인 건설업자 김모씨가 투자자 4명을 고소하자 사건을 맡은 후배 검사에게 편의를 부탁했고 그 대가로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당시 담당 검사였던 도모 검사도 그랜저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씨가 고소한 투자자들은 기소됐지만 1∼3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후 투자자들은 정씨와 도 검사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처리됐다. 정씨는 김씨에게 단순히 차량 구입대금을 빌리고 나중에 갚은 것으로 대가성은 없었고, 담당 검사에게 의례적인 수준의 부탁을 한 것일 뿐 적극적인 알선이나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 관계자는 “담당 검사는 나름대로 정의감을 갖고 수사했는데 청탁을 받아 억지로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와 황당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강찬우 특임검사는 정씨와 도 검사를 상대로 사건 청탁을 실제로 주고받고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줬는지, 그랜저 승용차를 사건 처리 대가로 받았는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검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이들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그랜저 검사 사건을 사실상 재수사하기로 한 만큼 민간인 사찰 수사 역시 재수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은 새로운 단서가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민간인 사찰 사건에 대한 재수사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