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실패는 ‘소’ 아닌 ‘車’ 때문”… 김종훈 본부장 국회 발언
입력 2010-11-16 21:19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16일 국회 발언에 따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 실패 원인은 ‘쇠고기 문제’가 아닌 ‘자동차 문제’였다.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철폐기한 연장 정도가 아니라 모든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철폐기한 연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협정문 본문을 수정해야 하는 사실상 ‘전면 재협상’을 원함에 따라 정부 협상단은 정치권의 반발 등에 부담을 느껴 합의를 고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4∼11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FTA 추가협의에서 현행 협정문에 명시된 픽업트럭을 포함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즉시 또는 3년 내 철폐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하자는 예상 밖의 고강도 요구를 제시했다. 한·미 FTA 협정문에는 한국산 차 부품과 1500∼3000㏄ 승용차 관세(2.5%)는 즉시 철폐, 3000㏄ 초과 승용차(2.5%)는 3년 내 철폐, 픽업트럭(25%)은 10년간 균등 철폐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우리나라가 수용 가능한 선인 한국의 자동차 환경 및 안전 기준 완화와 관세환급율의 상한선(5%)을 정하자는 것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자동차 전반에 걸친 관세 철폐 기한도 연장하자고 했다.
하지만 우리 측은 미국의 무리한 요구 탓에 협정문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거부 의사를 밝혔다. 관세 문제를 건들게 되면 “협정문 수정은 없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한국이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자 미국은 쇠고기 문제를 협상카드로 압박했고 결국 협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재협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들고 나가지 않았던 요구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정상이 한·미 FTA 마무리에 대한 강한 뜻이 있기 때문에 아예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늦어도 다음 달 워싱턴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추가협의에서 우리 측의 요구안도 반영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이후 국회의 비준을 통과하기 위한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재협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16일 국회 외교통상위에서 “한·미 FTA 논의 결과 협정문에 변경, 수정된 부분이 있을 경우 국회에서 재비준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혀 협정문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