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설교 어떻게 할 것인가… “상담설교는 삶의 문제에 해답을 주는 것”

입력 2010-11-16 18:41

예장 통합 주최 세미나

한 목사가 설교시간에 성도들에게 새벽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배 후 한 장로가 ‘내가 새벽기도에 못 나오는 사정을 알면서 나를 겨냥해 설교했다’며 성도들에게 울분을 토로했다. 이를 들은 목사는 ‘장로라는 자가 설교를 비판하다니!’라고 괘씸히 여기며 다음 설교 때 ‘장로의 사명’을 주제로 삼아 설교했다.



이 예화를 들며 안동교회 황영태 목사는 “이 설교로 갈등이 해소되겠습니까, 더 커지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강연을 듣던 100여명의 청중이 그 물음의 뜻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목회자라면 이 장로의 마음속 상처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16일 서울 이문동 동안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국내선교부 주최로 열린 ‘상담설교 세미나’에서는 이처럼 성도들의 상처와 감정을 돌보고 치유하는 상담설교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강연이 펼쳐졌다.

이 세미나에는 목회상담학을 전공했거나 치유를 중심으로 설교해 온 목회자 및 신학자들이 주로 강사로 나섰다. 소망교회 곽선희 원로목사는 “상담설교는 성도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해답을 주는 설교인데 말씀이 ‘성육화’, 즉 현실 문제에 들어가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는 “성경을 오늘의 현실에 잘 적용하는 것이 곧 상담설교”라며 “성경 전체를 염두에 두면서도 개개인에게 와 닿도록, 현대적이고 구체적으로 설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신대 설교학 전공 김운용 교수는 상담설교를 ‘회중의 삶의 현장에 상담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설교’라고 정의하며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목회적 돌봄과 상담의 기능을 강조하는 설교가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사들은 “교훈보다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라” “유머와 감동적 실화를 통해, ‘여러분’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며 부드럽게 전하라” “사람들이 장시간에 걸쳐 천천히 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설교하라” 등 구체적 방법을 조언하기도 했다.

정태기 크리스천상담치유연구소장은 “상담설교를 하려면 목회자가 자신이 돌보는 ‘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했으며 화곡동교회 김의식 목사는 “설교자 자신이 치유의 영성을 유지해야 하며 스스로 영적 충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상담설교의 필요성을 느껴 온 목회자들이었다. 서울 신대방교회 추부길 목사는 “전도사 시절 상담을 잘 못해서 교회를 등진 성도를 경험한 이후 목회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 다문교회 진성용 목사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려면 나부터 내 문제에 직면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