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폭력을 장난삼아… 철없는 10代 위험천만
입력 2010-11-16 18:25
청소년들이 행동의 결과를 따져보지 않고 장난삼아 벌이는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가정과 학교의 훈육 기능이 마비되면서 청소년 일탈 행위가 갈수록 폭력성을 띠고 있다.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는 16일 상점과 가정집으로 쓰는 건물 밖 현수막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10대 소년 6명을 현주건조물 방화 및 방조 등 혐의로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중·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10대 일행은 지난 7일 오전 1시43분쯤 안산시 상록구의 한 상점 처마에 내걸린 너비 4m 크기의 현수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불은 현수막 오른쪽 상단이 아래로 떨어진 덕에 위층으로 번지지 않고 현수막만 완전히 태운 뒤 5분여 만에 스스로 꺼졌다. 이 건물은 3개 층으로 1층 상점 안에는 상인 가족 1명이 자고 있었다. 가정집인 2·3층에는 4∼5가구가 살고 있어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방범용 감시카메라 녹화 영상을 보면 상점 앞을 지나던 10대 일행 가운데 1명이 현수막을 보고 다가가 휴대용 라이터로 현수막 끝자락에 불을 붙였다. 나머지 5명은 주변에서 구경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화면으로 보면 10대들이 충동적으로 불을 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 직후 이들은 태연히 걸어서 현장을 벗어났다. 일부는 상황이 궁금한지 불붙은 현수막을 돌아봤다. 불길이 현수막 윗부분으로 번지면서 불탄 천 조각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사이 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춘 시민이 불타는 현수막과 현장을 등지고 걸어가는 10대들을 번갈아 봤다. 10대들은 시선을 의식한 듯 점점 빨리 걷더니 뛰어서 도주했다.
이 사건은 최근 여중생이 아동을 걷어차 넘어뜨린 사건과 동일 선상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체 발육 속도에 비해 정신적 성장이 느린 청소년들이 죄의식이 희박한 상태에서 넘치는 기운을 주체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여러 혐의로 경찰에 잡힌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가 “재미로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현수막 방화는 불이 건물 안으로 번져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감시카메라에 찍힌 10대들에게서 우려하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충동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전과자가 되면 살면서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등을 누군가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