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기대半 우려半… 그룹 계열사·현대건설株 폭락
입력 2010-11-16 22:11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에 당사자인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가 폭락했다.
16일 증시개장 후 5분간 상승했던 현대건설 주가는 현대그룹 인수 확정설이 나돌자 하락하기 시작했다. 채권단의 우선 인수 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시각인 11시5분을 기해서는 하한가(14.91% 하락)로 추락한 뒤 가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 6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29일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인 현대상선 역시 하한가(-14.95%)를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14.87%) 현대증권(-12.59%) 등도 하한가 근처를 맴돌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나선 동양종합금융증권(-7.56%)까지도 덩달아 폭락했다. 이에 비해 예비 협상대상자로 밀려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차(2.55%)와 기아차(0.40%) 등 대표 계열사의 주가는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현대그룹에 등을 돌린 것은 무엇보다 인수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통 30∼4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데 이번 경우는 배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게 쳐 줬다”고 말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했지만 2001년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재무개선약정)에 들어갔다가 9년 만에 친정에 안긴 현대건설 내부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현대건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업부서의 다른 관계자는 “인수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털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의 견실한 발전을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수전에서 최선을 다했던 만큼 채권단의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인수전에서도 총력을 기울인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