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전격 인상… 물가 상승압력 더 견디기 어려워
입력 2010-11-16 22:02
물가상승세의 여파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0.25% 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금리가 폭락했다. 금리 인상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많다.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늘 것으로 보인다.
◇환율 잠잠하자 뒤늦게 물가 고려=금통위는 16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2.25%에서 2.50%로 올리기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 7월 2.0%에서 2.25%로 올라간 이래 3개월간 동결됐다.
이번 금리 인상은 심상찮은 물가상승세 때문이다. 6∼8월 2.6%대로 안정적이던 소비자물가는 채소가격 상승 여파로 9월 3.6%로 치솟았고 10월에는 4%를 넘었다. 향후 물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은 김중수 총재는 “채소류 가격 안정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낮아질 것 같지만 경기 및 원자재 가격의 영향으로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한은의 물가목표치(3.0%±1%)를 넘나드는 고물가를 우려하기도 했다.
다행히 대내외 여건은 호전됐다.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격화됐던 환율전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환율의 변동성을 가져온 급격한 외환 유출입을 규제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된다. 게다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하락세는 8월 -0.5%에서 10월 -0.2%로 둔화됐고 지방은 0.4%에서 0.6%로 가격이 올랐다. 금통위가 최우선 관심 대상인 물가에 신경을 쏟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채권금리 급락, 금통위의 신뢰회복 요원=4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채권금리는 금통위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하락 반전하더니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32%로 전날보다 0.15% 포인트 폭락했고, 국고채 5년물 금리도 0.12% 포인트 떨어졌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금리가 오르곤 하던 상황과 정반대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 애널리스트는 “금통위가 물가에 대한 부담이 심해지니까 부담을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는 판단이 강한 것 같다”며 “(금리 결정을) 실기해 정책금리의 시장경로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가 “금리를 매월 금통위에서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 발언도 금리 결정의 구체적 방향성이 없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그만큼 금통위가 시장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금통위의 자업자득 측면이 강하다. 김 총재는 7월 인상 이후 계속 “앞으로 물가 압력이 걱정”이라며 금리 인상 신호를 줬지만 정작 금통위 회의에서는 환율 등을 이유로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신뢰 상실을 불렀다. 금통위는 물가가 4%를 넘을 때까지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금리를 올려 뒷북 대응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68포인트 급락한 1899.13에 마감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2.4원 내린 112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가계 부담 가중될 듯=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은 추가로 3조4000억원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은행들은 이날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렸다. 하나은행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연 4.9∼6.4%로 전날보다 0.14%포인트, 외환은행은 전날보다 0.14%포인트 높였다. 반면 예금금리 인상은 주저하고 있어 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