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판’이 바뀐다] 신흥국들 外資유입 차단 나섰다
입력 2010-11-16 18:17
③ 핫머니 발목 묶는다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인 ‘핫머니(단기 투기자본)’ 규제 방안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속속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폐막한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합의 내용에 따라서다.
이번 서울선언문에는 ‘적정 수준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고, 변동환율제 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되고 있는 신흥국들은 신중하게 설계된 거시 건전성 규제 도입을 통해 대응할 수도 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신흥국들의 핫머니 규제를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의 6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조치에도 자본 통제를 유보하던 국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외화 쓰나미’를 막기 위한 제방을 쌓던 국가들도 더욱 강력한 대책들을 후속 조치로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중국은 과도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시중에 외화자금이 밀려들어오면서 시장변동성을 키우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택건설부와 국가외환관리국은 15일 “외국인들의 중국 내 주택구입 허용을 한 채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으로 핫머니가 유입돼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달 금리를 올린데 이어 지난 10일 지급준비율(금융기관의 예금 대비 현금보유율)을 전격 인상했다. 인민은행은 외환 포지션 관리, 공개시장 조작 등의 방법도 검토 중이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16일 “안정적으로 금리를 시장화하는 개혁을 추진해 금융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하도록 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만은 지난 11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의 30% 이상을 대만 국채나 만기 1년 미만 머니마켓 상품에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데 이어 뚜렷한 투자 목적 없이 대만에 투자자금을 들여오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도 최근 페소화가 2년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자 자국 내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외자 조달을 줄이고 국내 차입을 늘리는 한편 외채 조기 상환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브라질은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에 대한 세율을 2%에서 6%까지 인상했고, 태국은 지난달 외국인의 국채 등 투자시 이자소득 및 자본소득에 대해 15%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밖에 인도 인도네시아 페루도 새로운 자본 통제나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 역시 2차 자본 유출입 규제와 관련,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부활, 은행 부과금,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 등 3대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신흥국들이 자본 유입 제한에 나서는 이유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움직임에 아시아 등 신흥국의 경제 전망이 상대적으로 밝자 외화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7개국(한국 대만 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증시에서 외국인은 6∼10월 5개월간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순매수 규모도 9월 139억 달러, 10월 125억 달러에 달하는 등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단기적으로 환율변동폭을 키우고 그동안 환율에 매력을 느껴 들어오던 글로벌 자금 유입세를 둔화시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 안남기 부장은 “정책이 핫머니가 아닌 외국인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하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장기자금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외국인 자금을 규제한다는 이미지로 비쳐 투자심리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제2의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