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입력 2010-11-16 18:10

현대그룹이 예상을 뒤엎고 자산 규모 8조5000억원의 초대형 매물 현대건설을 다시 품에 안았다. 외환위기 후 그룹 자금난으로 채권단 관리로 넘어간 지 9년 만이다. 하지만 인수가격이 높아 현대그룹이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주요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 가까이 급락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입찰가는 그간의 신경전을 반영하듯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현대건설 매각가는 그동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3조5000억∼4조원 정도로 평가받았지만 현대그룹은 5조5000억원을, 현대자동차그룹은 5조1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에 비해 모든 부문이 열세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고 정몽헌 현대회장의 사재출연 등을 강조한 ‘명분 쌓기’와 비가격 부문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가격 승부수’가 먹혀들면서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사내 유보금이 1조5000억원에 불과해 대부분의 인수자금을 차입으로 마련한 현대그룹이 향후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시장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곧 진정될 것으로 본다. (인수)자금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내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을 품에 안으면서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2조원대의 거대 그룹으로 재편됐다. 재계순위도 14위로 뛰었다. 채권단은 이달 중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연말쯤 본 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 1분기까지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