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기관 부정 한파에… ‘연탄은행’ 얼었다

입력 2010-11-16 18:23

추운 겨울 소외이웃에게 온정을 전하는 연탄은행 사업이 후원금과 자원봉사자의 급격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부정과 비리 여파 등으로 저소득층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의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16일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속초 연탄은행은 지난달 13일 연탄 나눔 선포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지만 일손을 거들어주는 자원봉사자가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지금까지 배달한 연탄은 1만여장으로 계획대비 37%에 불과하다. 올 겨울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15명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평일에는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속초 연탄은행 김상복 대표는 “추운 날씨에 연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이웃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사회복지 차원에서라도 지방자치단체가 꾸준히 연탄배달을 해 줄 인력을 확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은 올 겨울 10만장의 연탄을 저소득층에 나눠줄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배달 실적은 1만장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연탄 후원마저 크게 줄었다. 강릉연탄은행은 올해 10만장의 연탄을 후원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확보된 물량은 1만장에 그치고 있다. 이에 강릉연탄은행은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연탄량을 지난해 5장에서 올해는 3장으로 제한했다.

굵직한 기업과 관공서가 몰려있는 서울과 인천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에서 인천연탄은행을 이끌고 있는 한천감리교회 정성훈 목사는 “지난해 이맘때는 10만장의 연탄이 저축돼 있었는데 올해는 4만2000장에 불과해 이번 주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50만장의 연탄을 전달한 서울연탄은행은 올해 연탄 공급 계획을 20만장으로 줄였으나 최근까지 확보한 물량은 7만장에 불과한 실정이다. 허기복 서울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한 장 값인 500원씩 기부하는 학생을 포함해 소액 기부자들은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나 큰 기업이나 기관 등의 후원은 예년보다 못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연탄은행은 2002년 12월 원주시 원동에 1호점을 개설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29개 지역에서 32곳이 운영되고 있다.

김경택 기자,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