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NLD 중앙집행위원 우 한다 민 인터뷰, “군부가 가택투표 강요한 부정 총선”
입력 2010-11-16 18:30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990년 치러진 총선에서 8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미얀마 민주화의 핵심 동력이자 희망이었다. 하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NLD가 미얀마를 이끌 정치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낙관보다 회의가 컸다. NLD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수치 여사. 강력하지만, 빼앗기면 대안이 없다.
15일 밤 양곤 시내 모처에서 만난 NLD 중앙집행위원회(CEC·Central Executive Committee) 13인 중 한 명인 우 한다 민(63)은 이런 상황을 인정했다. 원로 지도자들로 구성된 CEC는 한국 정당으로 치면 최고위원회에 해당한다. “CEC는 20명으로 출발해 현재 13명이 활동하고 있다. 4명이 여러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94세 위원장을 포함해 90대 멤버 3명은 많이 아프다. 나도 CEC에서는 어린 축에 속한다(웃음). NLD는 너무 늙어버렸다.”
조직 재건이 급선무인 NLD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우 한다 민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당분간 군부는 우리를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적어도 두 달 정도의 시간은 있다”고 말했다. “선거 후 버마(민주화 운동가들은 군부가 바꾼 국호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에는 전혀 다른 정치 시스템, 전혀 다른 권력구조가 만들어진다. 누굴 어디에 앉힐지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될 것이고, 이 때문에 군부는 당분간 정신이 없을 거다.” 헌법에 따라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지만, 비상사태 때는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 권한을 박탈할 수 있다. 이런 이중 권력구조가 예전과 다른 정치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였다.
현재 미얀마 최대 이슈는 지난 7일 선거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다. 그는 선거 결과를 실은 정부 공보를 하나씩 짚으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수도 네피도에 출마한 정부 3인자 우 시망은 무려 96% 지지율로 당선됐다. 96%라니 웃기는 득표율이다. 게다가 3만8572표를 투표소에서, 2만1931표를 가택투표(미얀마에서는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유권자의 경우 선거관리위원이 집으로 찾아간다)에서 얻었다. 틀림없이 많은 유권자가 가택투표를 강요당했을 것이고, 감시 하에 표를 찍었을 거다.”
수치 여사가 대통령이 되는 날을 꿈꾸는지 묻자 그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수치 여사는 능수능란한 정치인이 아니지만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 국민을 위해 좋은 리더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는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지지도 당부했다.
양곤=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