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때문에…유로존 구제금융 위기감 확산
입력 2010-11-17 00:44
은행 부실에 시달리는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계속 거부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포르투갈이 다음 구제금융 대상이 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돈다.
16일부터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선 회원국들이 아일랜드를 거세게 압박했다. 속히 구제금융을 받아 위기설을 잠재우라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빅토르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ECB는 아일랜드의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장막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딕 로체 유럽문제담당 장관은 “필요 없는 데도 국제통화기금(IMF)에 달려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받아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문제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유로 회원국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할 형편이다. 아일랜드 위기설이 퍼지면서 이날 발행한 스페인의 국채 금리는 1개월 전보다 0.5~0.6% 포인트씩 올랐다. 올해 초 구제금융을 받았던 그리스도 3개월물 국채 금리가 0.35% 포인트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지고 있다”며 “아일랜드를 구제하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일랜드가 곧 구제금융을 받고 포르투갈이 다음 대상이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의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로 유로존이 한계로 설정한 3%를 훨씬 넘었다.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아일랜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까지 흔들릴 수 있다”며 “포르투갈도 점점 더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일랜드 정부는 자기 나라뿐 아니라 유로존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몇 개월 안에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동시에 신청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유로존 국가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